[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저 혼자 부른 노래는 결코 듀스의 신곡이라고 할 수 없죠.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을 계기로 성재의 멋진 목소리와 모습을 팬들께 다시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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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음악 작업실에서 이데일리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이현도(53)는 듀스의 신곡 ‘라이즈’(Rise)를 세상에 내놓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라이즈’는 듀스 이름으로 28년 만에 발표된 신곡이다. 지난달 27일 발매된 이 곡은 AI 기술을 활용해 고(故) 김성재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이현도가 한국 대중음악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신곡을 발표한 뒤 언론 인터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듀스, 현재진행형 IP로…“김성재, 비극으로만 기억하지 않길”
이현도가 이끄는 와이드컴퍼니는 음성 AI 전문기업 ‘소리소리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듀스의 보컬 톤과 질감을 정밀하게 재현하는 AI 보컬 엔진을 공동 개발했다.
이현도는 “수년 전부터 신기술을 활용한 듀스의 신곡 발표를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기술력이 충분하지 않아 실행으로 옮기지 못 했다”며 “이제는 가수 특유의 개성까지 구현하는 단계까지 기술이 발전해 성재의 목소리를 담은 신곡을 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성재가 비극적인 사건으로만 회자되는 게 늘 마음에 걸렸다. 많은 분이 성재를 떠올릴 때 가장 빛나고 멋졌던 순간이 먼저 기억되길 바랐다”면서 “신곡 ‘라이즈’가 그 변화의 시발점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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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즈’는 듀스 특유의 뉴잭스윙 기반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곡이다. 이현도는 “‘듀스는 끝이 아닌 다시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가사에 담았다”며 “20대 초반, 겁 없던 성재와 저의 패기를 녹이고자 노력했고, 발매를 준비 중인 새 정규 앨범의 선공개곡인 만큼 듣자마자 ‘듀스 노래구나’ 하고 느끼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사운드를 재현하기 위해 낙원상가 장인에게 듀스 활동 때 사용했던 전자 악기 수리를 맡기고, 중고 악기를 새로 구입하기도 했다”며 미소 지었다.
음악뿐 아니라 뮤직비디오 또한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했다. 이현도는 “3000장 이상의 사진과 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성재의 생전 모습을 구현했다”면서 “과거 듀스의 패션 스타일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시대에 봐도 설득력 있는 콘텐츠가 되도록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이현도는 이번 신곡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와 세종문화회관 뜨락에서 진행한 특별 청음 행사 ‘더 사운드 스테이지 위드 KT’(THE SOUND STAGE with KT)에서 최초 공개했다. 당시 현장에는 김성재의 어머니가 자리해 의미를 더했다. 이현도는 “듀스 컴백 순간을 성재 어머니가 가장 먼저 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성재 가족들과는 여전히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이번 신곡 발표도 함께 기뻐해주셨다”고 밝혔다.
완성본에 대한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라이즈’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유튜브 와이드컴퍼니 채널에서만 300만건을 훌쩍 넘긴 상태다. 이현도는 “팬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줘서 감사했고,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됐다”고 말했다.
‘라이즈’는 김성재 사망 30주기를 맞아 발표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이 가운데 김성재 유족과 저작권 수익을 나누기로 한 이현도의 결정 역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사단법인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련)는 “이현도가 자신의 저작인접권 일부를 김성재의 몫으로 분배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이에 따른 분배 구조를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저작인접권은 노래를 부르는 실연자나 음악 연주자 등 음반 제작에 참여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권리를 뜻한다.
이현도는 “생성형 데모 보컬이 아닌 기존 음성을 바탕으로 성재의 목소리를 구현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듀스는 둘이었고, 성재의 목소리와 이미지가 실제로 사용됐기 때문에 실연권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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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공연 등으로 프로젝트 확장…K팝계 이끌 그룹도 만들 것”
듀스는 1972년생 동갑내기 이현도와 김성재가 결성한 팀이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 짧았지만 강렬했던 활동을 통해 ‘나를 돌아봐’, ‘우리는’, ‘여름 안에서’, ‘굴레를 벗어나’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김성재는 1995년 11월 20일 의문사로 세상을 떠났다. ‘라이즈’가 나오기 전 듀스의 마지막 신곡은 1997년 베스트 앨범에 수록된 ‘사랑, 두려움’이다.
올해 듀스의 음악은 넷플릭스의 글로벌 히트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 삽입돼 또 한 번 주목받았다. 이현도는 “작품명도 모른 채 한국 문화 소재 애니메이션이라는 설명만 듣고 ‘나를 돌아봐’ 사용을 수락했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듀스가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고 있는 K팝의 출발점처럼 다뤄져 기쁜 마음”이라고 했다.
이현도는 내년 상반기 발매를 목표로 듀스 정규 4집 작업에 한창이다. 조만간 발라드 트랙 ‘또 하루’를 추가 선공개곡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그는 “듀스로 활동한 20대의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하면서 실제로 성재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3집을 잇는 앨범이자 3집보다 더 잘 만든 4집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트리뷰트 앨범처럼 보이지 않도록 신곡으로 꽉 채울 생각이다. 한 곡 한 곡에 모두 의미를 두고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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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도는 듀스를 현재 진행형 IP로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설립한 와이드컴퍼니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여러 글로벌 프로젝트를 기획·프로듀싱한 공동대표 데이비드 최, 하이브 출신 기술·비즈니스 고문 서우석과 함께 이끌고 있다. ‘레거시 IP를 기술과 글로벌 프로덕션 역량으로 확장’하는 것이 와이드컴퍼니의 지향점이다.
이현도는 “4집 발매 이후에도 듀스의 신곡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며 “협업 공연, 디지털 콘텐츠, 글로벌 컬래버레이션 등 다양한 가능성 또한 열려 있다”고 말했다.
2027년을 데뷔 시점으로 잡고 있는 보이그룹 제작 계획도 언급했다. 그는 “4월까지는 듀스 앨범에 집중하고, 이후부터는 새로운 그룹을 위한 준비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새 보이그룹의 방향성에 대해선 “멤버 하나하나가 존재 이유가 분명한 팀을 만들고 싶다”며 “음악을 잘하는 친구, 남성적인 이미지를 가진 멤버, 섬세한 감성을 지닌 멤버 등 각자의 개성이 하나의 팀 안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그룹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현도는 “그 안에서 유닛 활동도 가능할 수 있다. 차세대 K팝계를 이끌 최고 그룹을 만들어낼 것”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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