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력 10배 높아진 고병원성 AI 확산…산란계 농가·방역 체계 시험대

[사진=연합뉴스]

올겨울 국내에서 확산 중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예년보다 훨씬 강한 전파력을 보이면서 방역 당국과 가금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 분석 결과 이번 동절기 유행 중인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는 기존보다 감염력이 최대 10배 이상 높아 과거보다 훨씬 적은 양의 바이러스만으로도 가금 농장 내 집단 감염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25일 경기 평택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됐다. 해당 농장은 산란계 약 25만 마리를 사육 중인 대규모 농장으로, 이번 발생은 올겨울 들어 22번째 가금농장 감염 사례다. 특히 산란계 농장에서의 발생이 사흘 연속 이어졌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충북 음성과 경기 안성에서도 연이어 고병원성 AI가 확인된 바 있다.

방역 당국은 이번에 검출된 H5N1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에 대해 감염력과 병원성을 정밀 분석한 결과, 과거 동절기 유행 바이러스에 비해 감염성이 현저히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가금농장에서는 기존보다 훨씬 엄격한 방역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중수본은 농장 간 이동 과정이나 출입자, 차량을 통한 간접 전파 가능성도 크게 높아진 만큼, 소독과 출입 통제의 실효성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확산 차단을 위해 즉각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방역 대응 특별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추가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기·충남·충북·전북·세종 등 위험 지역 11개 시군에 농림축산식품부 과장급 인력을 현장에 파견하기로 했다. 산란계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방역 관리의 허점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화성·평택·안성·천안 등 산란계 발생 위험이 높은 4개 지역에 대해서는 방역 지역 내 모든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7일간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점검 항목에는 외부인 출입 관리, 차량 소독 이행 여부, 축사 내부 방역 상태, 분변·사료 관리 실태 등이 포함된다. 방역 당국은 점검 결과에 따라 현장 시정 조치와 행정 처분을 병행할 방침이다.

이번 동절기 발생 농가에 대한 사후 점검 결과도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중수본에 따르면 지금까지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가금농장 중 16곳에서 기본적인 방역 수칙 위반이 확인됐다. 이들 농가에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되고, 살처분 보상금 역시 감액된다. 이 외에도 방역 미흡 사례가 확인된 농가 43곳에 대해서는 추가 행정 조치가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행의 특징으로 빠른 확산 속도와 산란계 농장 집중 발생을 꼽는다. 산란계 농장은 사육 밀도가 높고, 출하·사료 반입 등 외부 접촉이 잦아 바이러스 유입 시 피해 규모가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산란계 농장에서 AI가 발생할 경우 계란 공급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당분간 철새 이동이 본격화되는 시기인 만큼 농가의 경각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농장 종사자는 외출 후 반드시 의복과 장화를 교체하고, 외부 차량은 농장 진입 전후로 철저한 소독을 거쳐야 한다. 또한 의심 증상이 발견될 경우 즉시 방역 당국에 신고해 초기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이번 동절기 고병원성 AI는 감염력이 매우 강해 기존의 느슨한 방역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며 "농가 스스로가 방역의 최전선이라는 인식을 갖고 기본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