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12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군인 재해보상법 개정 촉구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 뉴스1
24시간 필리버스터로 당 안팎에서 주목을 받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의 화해 제스처를 사실상 거절했다. 친장동혁계에선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수위 높은 발언까지 나왔다.
한 전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우리 당 장동혁 대표가 위헌적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막기 위해 장장 24시간 동안 혼신의 힘을 쏟아냈다. 노고 많으셨다"란 글을 올려 장 대표를 치켜세웠다. 한 전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표결 이후 갈라선 장 대표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해석됐다.
친한동훈계 한지아 의원는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동지가 되자는 의미다. 동지가 될 수 있게 용기를 내자라는 의미가 아니겠냐"며 "장 대표가 (한 전 대표가 내민 손길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의 절박함과 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축했다. 한 전 대표의 메시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성탄 예배를 마치고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스1
친장동혁계 반응은 더욱 냉랭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은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 전 대표를 수위 높은 발언까지 동원하며 정면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비대위 비대위 노래를 부르면서 어차피 망할 지도부라 징계 같은 거 신경 안 쓴다고 실컷 떠들고 다니더니 24시간 필리버스터 이후 분위기 바뀌니까 아무튼 연대하잔다"고 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 / 박 대변인 페이스북
그는 "총선 비대위 때부터 사사건건 대통령과 반목하고 당 전체가 목놓아 반탄 외칠 때 나홀로 조기대선 준비하면서 기어이 정권 고꾸라트려놓고 본인들 차례 되니 연대하자?"라고 반문했다.
박 대변인은 "피해자들 마음은 안중에도 없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식으로 얼렁뚱땅 뭉개려는, 박연진(드라마 ‘더 글로리’의 악역)도 울고 갈 강약약강 학폭 가해자 마인드에 형언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그는 한 전 대표의 태도 변화에 대해선 "차악이니 최악이니 주제넘게 설치다 막상 당선되니 잠깐 눈치보고, 살만 해지니 다시 기어나와 지도부 열심히 흔들다 여의치 않으니 안면몰수 '노고' 운운하며 살려달라 발버둥치는 한동훈의 거듭된 변검술(요즘 말로 '우디르급 태세전환')을 보면서 현타도 안 오나?"라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배신은 본성이고 습관이다. 자기밖에 모르는 관종들은 호시탐탐 자기가 주연 될 기회만 엿본다"며 "조직에 하등 도움 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제때 싹을 잘라내지 않으면 다시 고개 쳐들고 등 뒤에서 칼 꼽기 마련"이라고 했다.
그는 "그런 자들과의 '연대'를 입에 담는 것만으로 불쾌하다. 통합 운운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라"고 일갈했다.
당내에서는 장 대표가 외연 확장을 시도하면서도 한 전 대표와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원게시판 사태를 둘러싼 당무감사로 내홍이 격화한 상태에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연이은 화해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갈등은 이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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