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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점 저가 와인 ‘전성시대’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2월 들어 편의점 업계의 가성비가 높은 레드와인 매출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GS25가 이달 1일부터 23일까지 와인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만원 이하 저가 레드와인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2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CU(씨유) 역시 저가 와인 매출이 전월 대비 8.6% 올랐으며, 특히 전년 동기 대비로는 27.5%나 급증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최근 SNS를 중심으로 확산된 ‘뱅쇼 만들기’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뱅쇼는 와인에 과일과 향신료를 넣고 끓여 마시는 음료로, 와인 본연의 풍미보다 부재료의 맛이 강조된다. 굳이 비싼 와인을 쓸 필요가 없어 소비자들이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 저가 와인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대용량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 GS25의 스마트오더 ‘와인25플러스’에서는 병당 5000원꼴인 박스형 레드와인 매출이 전년 대비 300% 이상 폭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속 실속 소비 트렌드가 홈파티 문화에도 적용되면서 ‘가성비 와인’이 연말 대세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 글로벌 고급 와인 시장은 찬바람
반면, 투자재로서 각광받던 글로벌 고급 와인 시장은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팬데믹 기간 넘치는 유동성으로 급등했던 가격 거품이 꺼지고 있는 형국이다.
와인 거래소 리브엑스(Liv-ex)에 따르면 시장의 기준이 되는 ‘파인 와인 100지수’를 보면 올해 11월 말까지 와인 가격은 2.8% 하락했다. 특히 프랑스 대표 명산지인 보르도 와인은 6.6%, 부르고뉴 와인은 4.4% 떨어졌고, 빈티지 샴페인 가격도 4.3% 하락했다. 현재 고급 와인 가격은 2020년 말 수준으로 회귀해 팬데믹 기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상태다.
이러한 하락세는 트럼프 리스크와 자산 시장의 이동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직격탄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하면서, 올해 미국 구매자들의 고급 와인 구매 금액은 약 44%나 급감했다.
여기에 투자자들이 와인 대신 최근 급등한 미국 기술주나 안전자산인 금으로 눈을 돌린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최근 발간한 ‘2026 대체투자 및 STO(토큰증권) 시장 전망’ 관련 리포트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초저금리 유동성에 힘입어 급등했던 와인, 미술품, 럭셔리 시계 등 무수익 자산(Non-yielding assets)의 매력도가 급격히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리포트는 또 “고금리 환경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보관 비용이 들고 현금화가 어려운(Illiquid) 와인 대신, 즉각적인 현금 흐름 창출이 가능하고 환금성이 뛰어난 미국 빅테크 주식이나 비트코인 등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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