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주택시장은 정권 교체와 강도 높은 수요 억제 정책 속에서도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거래량은 위축됐지만, 이른바 '상급지'로 분류되는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간헐적으로 나타나며 가격 하방 경직성이 확인됐다.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 역시 더욱 벌어지며 주택시장의 양극화는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이러한 흐름이 쉽게 꺾이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급 감소와 금리 인하 기조라는 구조적 요인이 맞물리며 서울과 수도권의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부의 부동산 세금 정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경우 시장 방향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 역시 동시에 커지고 있다.
부동산 관련 연구기관들은 대체로 내년 수도권 집값이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의 경우 올해보다 상승폭은 줄겠지만, 공급 부족 여건으로 인해 하락 전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신규 입주 물량이 급감하는 시점과 맞물려 가격 조정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주요 근거로 제시된다.
실제로 아파트 입주 물량은 전국적으로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6만 가구를 넘었던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20만 가구 후반대로 줄었고, 내년에는 21만 가구 수준으로 더 감소할 전망이다. 서울은 감소 폭이 더 크다. 올해 4만 가구를 넘던 입주 물량이 내년에는 3만 가구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 압박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가 추가 공급 대책을 예고하고 있지만, 실제 주택이 시장에 공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강도 높은 방안이 거론되더라도, 매수 심리를 즉각적으로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금리 환경 역시 집값 상승 전망에 힘을 싣는 요소다.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 흐름이 이어질 경우 국내 기준금리 역시 완화 기조를 탈 가능성이 크다.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기존 차주의 상환 부담이 줄어들고, 신규 수요자의 자금 조달 여력도 확대되면서 주택 수요가 다시 자극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주택시장에서 매매보다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입주 물량 감소와 함께 각종 규제 강화로 임대차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이 줄어들면서 전셋값 상승과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이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된 점이 전세 물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고, 월세 가격 역시 상승 압력을 받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내년에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내년 주택시장 최대 변수로는 부동산 세금 정책이 꼽힌다. 현재 유예 상태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가 종료될 경우, 시장에 일정 수준의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유예 기한은 내년 5월 초까지로, 연장 여부에 따라 다주택자의 매도 전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유예가 종료될 경우 일부 다주택자는 중과 적용을 피하기 위해 기한 이전에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으로 거래 제약이 큰 상황에서, 모든 다주택자가 적극적으로 매도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오히려 매물이 잠기며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반기 이후 논의될 가능성이 큰 보유세 개편 역시 시장의 장기적 향방을 좌우할 변수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체계가 어떻게 조정되느냐에 따라 보유 부담과 투자 심리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주식과 가상자산 시장에서 발생한 유동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융자산에서 발생한 차익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물자산으로 이동할 경우, 주택 수요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서울 주택시장이 올해와 같은 급등보다는 완만한 상승과 높은 변동성이 동시에 나타나는 국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공급 부족과 금리 환경이 상승 압력을 만들지만, 세제 정책과 규제 강도에 따라 시장 분위기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내년 주택시장의 방향성은 공급, 금리, 세제라는 세 가지 축이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정책 변화와 시장 신호를 면밀히 살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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