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갤러리조은은 조원재와 성연화의 2인전 ‘Edge of Serenity: 평온의 가장자리’를 오는 2026년 1월 24일까지 전남 고흥 우주천문과학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도자와 한지라는 상이한 재료를 매개로 시간과 기억, 감정의 층위를 탐구하며 흐름과 고요가 맞닿는 경계의 순간을 조명한다.
제목이 암시하듯, 두 작가는 ‘평온’이라는 상태가 완결된 정적이 아니라 변화와 긴장, 축적의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지점임을 각자의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조원재는 흙과 시간의 물성을 통해 축적되는 순간을 형상화하고, 성연화는 선과 여백의 회화를 통해 기억과 감정이 응축된 고요를 화면 위에 펼쳐낸다.
조원재(b.1989)의 작업은 흙(humus)과 인간(homo)이 같은 어원을 공유한다는 사유에서 출발한다. 그는 점토가 손의 움직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다가 소성을 통해 단단히 응고되는 과정에 주목하며, 시간의 흐름이 물질에 스며드는 방식을 조형적으로 탐구해왔다. 물방울의 곡선과 무게감을 연상시키는 형상 위에 직접 채취한 모래와 안료를 더하고, 반복적으로 점을 새기는 과정을 통해 물결과 침식, 풍화 등 자연의 시간성을 기록한다.
이러한 작업은 순간적 변화와 축적된 시간이 하나의 형태 안에서 공존하는 구조를 이룬다. 작가는 ‘백색유희(百色遊戱)’라는 개념 아래 색과 질감, 시간의 층위를 도자라는 물성에 조화롭게 녹여내며, 관람자가 각자의 감각으로 시간의 다양한 결을 인식하도록 유도한다. 조원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사 및 석사를 마쳤으며, 다수의 국제 비엔날레와 공예상을 통해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성연화(b.1986)는 ‘선’을 개인의 기억과 정체성을 담아내는 핵심적 표현 수단으로 삼는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온 서예 수련은 한 획에 감정의 떨림과 집중을 담아내는 경험으로 이어졌고, 이는 회화적 언어로 확장되며 작가 고유의 조형 세계를 형성했다. 한옥에서 보낸 유년기의 기억과 사찰에서 체득한 명상적 체험은 작품 전반에 ‘비움’과 고요의 태도로 스며든다.
성연화의 화면에서 단숨에 그어진 필선은 즉흥성과 집중의 결과로, 절제된 구조 속에서 강한 울림을 남긴다. 한지와 안료, 인센스로 태운 종이 조각, 중색 기법의 층위, 아크릴과 파라핀 코팅이 중첩되며 화면은 깊이 있는 질감을 획득한다. 마지막에 더해지는 갈필의 선은 전체 구성을 결정짓는 정점으로, 작가의 존재를 드러내는 행위적 서명이 된다.
계명대학교 서예과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현대 문자 추상 서예를 심화한 성연화는 국내 주요 전시와 아트페어에서 연이어 완판을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 또 LA 아트쇼, 포커스 아트페어 파리, 아트 마이애미 등 해외 무대에서도 작품이 솔드아웃되며 국제적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Edge of Serenity: 평온의 가장자리’는 조형과 회화, 물성과 선, 흐름과 정지가 교차하는 지점을 통해 ‘평온’이라는 감각을 새롭게 사유하게 하는 전시다. 서로 다른 재료와 언어를 사용하는 두 작가의 작업은 대비 속에서 공명하며, 관람자에게 시간과 감정이 머무는 고요한 순간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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