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방식으로 경쟁입찰을 선택한 결정은, 장기간 이어졌던 사업 방식 논란을 정리하고 사업을 다시 정상 궤도로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이번 결정은 특정 기업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방식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키고, 기술과 사업 수행 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한화오션에 구조적으로 긍정적인 환경을 제공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KDDX는 설계 이력의 연속성 문제와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해석 차이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해 왔다. 이 과정에서 실제 경쟁 구도가 형성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경쟁입찰로 방향이 정리되면서 한화오션은 '참여 기회 자체'가 제약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축적된 기술력과 사업 수행 역량을 공식 경쟁 무대에서 제시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평가의 기준이 과거 이력 중심에서 미래 사업 수행 능력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한화오션은 KDDX 개념설계를 수행하며 축적한 플랫폼 이해도와 함께, 대형 수상함·잠수함 건조 경험을 통해 전투체계 통합과 일정·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조해 왔다.
경쟁입찰 체제에서는 설계 연속성 자체가 자동적인 우위로 작동하기보다, 제한된 예산과 일정 안에서 함정 성능을 구현하고 사업 리스크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 제안 능력이 중요해진다.
이는 대형 방산 사업에서 '실행력'을 경쟁력으로 내세워 온 한화오션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라는 평가로 이어진다. 또한 사업 방식이 명확해지면서 기술 투자와 인력 운용, 협력사 전략을 중장기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편 HD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HD현대 측은 KDDX 기본설계를 수행한 경험을 토대로, 기술 축적의 연속성과 사업 효율성 측면에서 자사의 강점을 강조해 왔다. 경쟁입찰 결정 이후에도 HD현대는 방사청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동시에, 평가 과정에서 설계 연속성과 기존 기술 자산이 합리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경쟁입찰이 특정 기업을 배제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기술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비교·검증하는 절차로 작동해야 한다는 업계 전반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 이런 점에서 HD현대의 참여와 문제 제기는 오히려 사업 결과의 수용성과 정당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종합하면 방사청의 경쟁입찰 결정은 한화오션에 단기적인 수주 가능성 확대라는 의미를 넘어, 기술과 사업 수행 역량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무대를 제도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동시에 HD현대의 설계 경험과 문제 제기를 경쟁 구조 안으로 흡수함으로써, KDDX 사업은 특정 기업 간 유불리 논쟁을 넘어 산업 전반의 역량을 검증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공정한 경쟁을 전제로 한 이번 결정은 향후 한국 해군 수상함 사업의 기준점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한화오션은 축적된 통합 경험과 방산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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