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대통령실과 정부가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범정부 관리 사안으로 격상했다. 쿠팡의 자체 발표와 해외 정치권 접촉을 문제 삼아 대응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25일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플랫폼 기업 개인정보 유출 및 소비자 보호 관계부처 회의’를 열었다. 성탄절 당일 특정 기업 이슈를 놓고 관계 장관 회의 소집은 이례적이다.
회의에는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개인정보보호위원장, 방송통신위원장, 금융위원장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오현주 안보3차장이 배석했다. 외교부 2차관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회의에 참여했다.
◇“개별 부처 사안 아니다”…범정부 관리로 전환
대통령실은 쿠팡 사태를 산업·소비자 이슈로 한정하지 않았다. 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관리 실패가 안보·통상·외교 문제로 번질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정부는 과기정통부 2차관이 이끌던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과학기술부총리 주재 체제로 확대했다. 실무 중심 대응에서 장관급 관리 체계로 전환한 셈이다.
◇쿠팡 자체 발표에 정부 “선을 넘었다”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선 계기는 쿠팡의 전날 공지였다. 쿠팡은 약 3300만명의 고객 계정에 접근이 있었지만, 실제 저장된 정보는 3000여건에 그쳐 피해가 제한적이라고 발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쿠팡이 선을 넘었다는 인식이 내부에 확산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행정관급 이상 직원의 쿠팡 접촉을 전면 차단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강훈식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 나온 결정으로, 쿠팡 대관 조직에 여권 출신 인사가 다수 포진한 점을 고려한 조치다.
과기정통부도 즉각 반박했다. 과기정통부는 “쿠팡이 배포한 자료는 민관합동조사단의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며 “조사 중 사안을 기업이 일방적으로 공지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美정계 발언 공유…외교·통상 변수로 부상
회의에서는 쿠팡과 연계된 미국 정치권 인사들의 발언도 보고됐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쿠팡을 겨냥한 한국 국회의 움직임이 미국 기업 규제의 신호로 비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럴 아이사 미 하원의원도 “외교·경제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이를 외국 정치권을 통한 간접 압박으로 보고 외교·통상 라인 차원의 대응 필요성을 검토했다.
◇“망할 수도 있어야 한다”…징벌적 제재 예고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 책임을 전면 강화한다. 오현주 안보3차장은 “연내 보호 대책을 재점검하고 추가 강화 방안을 관계부처와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업무보고에서 “규정을 어겨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회사가 존립을 걱정할 정도의 경제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반복적·중대한 위반에 대해 매출액의 최대 10% 과징금 부과와 집단소송 요건 완화를 추진한다.
쿠팡은 전직 직원을 유출자로 특정했고 관련 장비를 회수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유출 규모와 경위는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로만 확정한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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