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된 지 3년이 된 시점이다. 보험 부채를 시가 기준으로 바꾼 변화는 적지 않았다. 보험사 건전성은 관리 부담이 늘었으나 개선된 측면이 더 컸다. 문제가 있다면 일부 보험사 수익이 과대 계상된 부분이었다.
이를 감안한 듯 당국이 내놓은 게 IFRS18이다. IFRS18은 수익 구분을 명확히 해 고무줄 실적 논란을 야기한 IFRS17을 보완할 거란 기대를 받고 있다. 다만 현재도 손익 구분을 세분화하고 있는 만큼 보험사가 체감할 변화는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수익 변동성 높인 IFRS17
IFRS17은 보험계약 회계처리를 국제적으로 통일하고 재무건전성을 보다 높이려는 취지에서 국내엔 지난 2023년 도입됐다. 보험 부채를 취득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고 발생주의에 따라 수익을 인식하는 내용이 골자다.
IFRS17 도입 이래 보험 부채가 시가 기반으로 측정되면서 보험사에선 수익 인식이 서비스에 맞춰 체계화됐다. 미실현 이익을 계약기간에 걸쳐 인식하는 계약서비스마진(CSM)과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 위험 조정으로 구성된 측정 체계가 투명성·비교가능성을 높였다.
문제는 부채 평가가 시가로 바뀌면서 금리 변화 등에 손익·자본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사망이나 해지, 손해율 가정 등이 변경되면 CSM 조정과 손익이 민감하게 반응함에도 도입 초기 계리적 가정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일부 보험사는 고무줄 실적 논란을 불거지게 했다. 회계 기준 변경만으로 보험사 간 실적 격차가 극대화되서다.
범주별 중간합계 신설로 손익 투명화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K-IFRS 제1118호 ‘재무제표의 표시와 공시’ 제정안 등 회계기준 제개정안 총 3건을 회계기준원 회계처리기준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공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지난 4월 손익계산서 기준을 15년 만에 전면 개정한 IFRS18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한 조치다.
차후년도인 2027년부터 적용되는 IFRS18은 앞선 IFRS17을 보완할 수 있다. 손익계산서 내 범주별 중간합계(Subtotal)를 신설하고 영업손익을 투자, 재무 등 범주가 아닌 잔여(Residual) 개념 손익으로 측정하도록 해서다. 범주별 중간합계는 손익 원천에 따라 영업, 투자, 재무, 법인세 등으로 구분해 그간 중간 합계에 대한 표시나 측정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은 틈을 타 회사들이 유리한 항목만 영업손익에 반영하는 관행을 차단할 수 있게 됐다.
IFRS18을 도입하면 투자설명서(IR) 등에서 기업들이 불리한 비용에 ‘조정 영업이익’이나 ‘핵심 이익’ 등을 명목으로 차감하며 포장하는 일도 어렵게 된다. IFRS18 하에서는 자체 성과 지표를 MPM(경영진이 정의한 성과측정치)으로 정의하고 산출 근거 등을 주석으로 공시해 외부 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영향 크진 않을 수
현행 제도에 변화가 뒤따르는 만큼 금융위는 혼선을 막고자 손익계산서 본문에 IFRS18에 따른 손익을 표기하되 현행 기준 영업손익도 별도로 산출해 주석에 기재하도록 안내할 방침이다. 또한 관련 주석 공시는 시행 후 3년이 되는 시점에 연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보험사들에게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대다수 보험사들은 이미 손익 구분을 명확히 하고 있는 데다 IFRS18은 단순히 보험사를 포함한 금융사에 초점이 맞춰진 회계기준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IFRS18은 결론적으로 당기순이익의 변동은 없으나 영업·재무·투자손익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목적”이라면서도 “현재도 보험서비스손익 표시에 CSM 손익이나 계리적 가정에 대한 영향 등이 잘 표시되고 있어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FRS17은 보험 부채의 측정을 정의한 기준이고 IFRS18은 손익계산서 표시에 대한 기준이라 서로 다른 영역의 회계기준”이라고도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더리브스 취재에 “IFRS18은 기준서 원칙만 정해진 상태로 세부안을 개발하는 데 노력이 많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부분 원칙이 비금융업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금융업에서는 조정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며 손익과 현금흐름항목만을 기준으로 한 성과측정치(MPM)를 건전성과 규제 산업인 보험업에 맞게 적응시키는 과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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