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소방공무원에 특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립소방병원이 시범진료에 들어갔다.
국립소방병원은 성탄절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현판식을 열고 재활의학과 외래 진료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운영의 첫발을 내디뎠다.
곽영호 초대 병원장은 이날 시범진료 개시 기자간담회에서 “특수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소방관의 생애 전주기 건강관리는 물론,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 주민의 의료공백을 함께 해소하는 역할을 하겠다”며 “국가적 예우와 공공의료의 책임을 동시에 실현하는 병원이 되겠다”고 밝혔다.
국립소방병원은 화재·구조·구급 현장에서 각종 외상과 질병 위험에 노출되는 소방공무원의 건강을 국가가 책임지기 위해 충북 음성군 충북혁신도시에 설립됐다.
소방청이 설립하고 서울대병원이 운영 전반을 맡는 공공의료기관으로, 소방공무원의 직무 특성을 반영한 진료와 연구를 통해 소방 분야에 특화된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동시에 충북 중부권의 중증·응급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지역 거점 병원 역할도 수행한다.
시범진료는 24일 재활의학과 외래로 시작했으며, 오는 29일부터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를 포함한 5개 필수 진료과 외래로 확대된다.
시범진료 기간에는 설립 취지에 따라 소방공무원과 그 가족 등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소방공무원은 외래와 입원 진료 모두 본인부담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시범진료 1호 환자는 충주소방서 서충주안전센터 2팀장 김홍걸 소방경(52)으로, 김 소방경은 “전국 소방공무원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국립소방병원이 마침내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지역 주민의 의료 접근성 역시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범진료 이후 내년 3월부터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외래 진료를 확대하고, 내년 6월에는 입원실·수술실·응급실을 포함한 정식 개원에 들어갈 예정이다.
병원은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약 3만9천㎡ 규모로 조성됐으며, 총 302병상 규모다. 정식 개원 시에는 108병상으로 시작해 2027년 1월까지 302병상 전체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19개 진료과에 전문의 48명이 진료를 맡을 계획이다. 현재 곽 병원장을 제외하고 전문의 8명 채용을 마쳤으며, 정식 개원 전까지 의료진 확보를 완료할 방침이다.
최근 의정 갈등 여파로 의료 인력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공공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의료기관이라는 점에 공감한 의료진들이 합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립소방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서울대병원 소속으로 채용돼 교육과 연구 활동을 병행할 수 있다.
곽 병원장은 “지역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신축 아파트 제공 등 실질적인 지원을 검토하고 있으며, 임상과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연구비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정식 개원 이후 국립소방병원은 화상, 통합재활, 정신건강, 건강증진 등 4대 특성화센터와 소방의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외상 치료뿐 아니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우울증 위험이 높은 소방공무원의 직무 특성을 반영해 정신건강센터에서는 급성기 진료와 장기 관리 프로그램, 필요 시 비대면 진료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4시간 가동되는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해 119 이송 및 중증응급환자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감염병과 재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춘다. 고압산소치료시설과 헬리콥터 이착륙이 가능한 헬리패드도 마련됐다.
곽 병원장은 “서울대병원의 의료 시스템을 기반으로 소방공무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는 동시에 지역 주민의 의료 수요를 책임지는 공공병원으로 자리 잡겠다”며 “소방공무원과 국민 모두에게 신뢰받는 지역 거점 병원이 되도록 차근차근 기반을 다져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도 현판식에서 “국립소방병원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온 소방공무원의 헌신에 국가가 응답하는 상징적인 병원”이라며 “서울대병원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방에 특화된 진료·연구 중심 병원이자 충북 중부권 공공의료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헬스케어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