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차가워지는 계절이 오면 경마장은 조금 다른 긴장감을 띤다. 관중의 함성보다 먼저 움직이는 존재는 말은 스스로 트랙에 오른 적이 없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경주를 향한 경로에 올라선다. 경주마의 삶은 선택보다 구조에 가깝고, 성장 과정부터 은퇴 이후까지 흐름이 정해져 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경주 준비
경주마는 태어난 직후부터 관리 대상이 된다. 일반 농가에서 자라는 말과 다르며, 출생 기록이 남고 혈통 정보가 정리된다. 모마와 분리되는 시점도 빨라 어린 말은 사람의 손길에 익숙해지는 순치 과정을 거친다. 사람 곁에 서는 법, 마방에서 움직이는 방식, 장비에 대한 반응이 이 시기에 잡히고 말의 성격은 이때 어느 정도 드러난다.
한 살 전후부터 기본 훈련이 이어진다. 걷기와 속보, 구보가 반복된다. 단순히 달리게 만드는 단계뿐 아니라 사람의 신호에 반응하는지, 낯선 소리에 놀라는지, 다른 말과의 거리 유지가 가능한지 확인한다. 말마다 반응이 달라 같은 환경에서도 예민한 말이 있고 느긋한 말이 있다. 이 차이는 기록으로 남는다.
두 살 무렵 경주마 등록 절차가 진행된다. 신체 조건과 훈련 반응을 기준으로 판단이 이뤄지고, 이때부터 말은 경마장 스케줄에 맞춰 생활한다. 사료량, 운동 시간, 휴식 간격이 관리된다. 자연 상태에서라면 계절과 환경에 따라 움직였을 시간이다. 경주마는 이미 경쟁 구조 안에 들어와 준비 단계에서부터 비교와 평가가 반복된다.
달리기에 맞춰 만들어진 몸과 생활 방식
경주마 대부분은 서러브레드 계통이다. 체형은 속도에 유리하다. 가늘고 긴 다리, 깊은 흉곽, 발달한 심폐 구조가 특징이다. 자연에서라면 장거리 이동에 적합한 몸이다. 경마에서는 짧은 시간에 최대 속도를 내는 데 쓰인다. 근육 사용 방식도 다르고 폭발적인 추진력이 중요하다.
주행 습성은 말마다 다르게 형성된다. 앞에서 달리려는 말이 있는데, 무리 선두에 서야 안정되는 성향이다. 뒤에서 힘을 모으는 말과 상황을 보며 위치를 바꾸는 말도 있다. 이 습성은 타고난 성격과 훈련 경험이 겹쳐 만들어진다. 경주 결과에 큰 차이를 만든다.
생활 방식도 속도에 맞춰 조정된다. 운동은 짧고 강하며, 휴식 시간은 관리된다. 사료는 체중과 훈련 강도에 따라 조절된다. 말은 본래 하루 대부분을 천천히 움직이며 풀을 뜯는 동물이지만 경주마는 그와 다른 리듬으로 산다. 이 차이는 스트레스 형태로 드러나기도 한다. 예민한 말은 마방에서 반복 행동을 보인다. 고개를 흔들거나 바닥을 긁는다.
짧은 전성기 이후 마주하는 또 다른 현실
경주마의 전성기는 길지 않다. 보통 다섯 살 전후부터 은퇴 논의가 시작된다. 기록이 유지되는 동안 번식 가치가 높기 때문에 성적이 뛰어난 말은 더 일찍 트랙을 떠난다. 부상 위험도 고려된다. 말의 다리는 체중을 지탱하며 동시에 달리기를 가능하게 한다. 작은 손상도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큰 부상이 발생하면 선택지는 제한된다. 회복 과정이 길고 고통이 크다. 치료가 이어지더라도 경주 복귀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안락사가 선택되는 경우도 있다. 자연 환경에서는 회피하거나 천천히 회복했을 상황이 경주 구조 안에서는 빠른 결단으로 이어진다.
은퇴 이후 삶은 말마다 크게 갈린다. 일부는 번식마로 전환된다. 혈통과 성적이 기준이며 일부는 승용마로 훈련을 다시 받는다. 성격이 온순하고 체형 균형이 좋은 경우다. 그러나 많은 말은 이 과정에 포함되지 못한다. 경주마는 대량 생산 구조 속에서 길러진다. 모든 은퇴마를 수용할 공간과 비용은 충분하지 않다.
이 지점에서 동물 복지 논의가 반복된다. 경주는 끝났지만 말은 생명으로 남는다. 트랙 밖에서의 삶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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