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기업의 모든 문제를 한순간에 해결해 줄 것이라는 ‘AI 환상’에 대해 AI 업계 거물들이 경종을 울리고 나섰다.
기업용 인공지능(AI) 검색 스타트업 글린의 CEO인 아르빈드 자인과 데이터브릭스의 CEO 알리 고드시가 기술 팟캐스트 ‘Bg2 Pod’에 출연해 기업들이 AI 도입 속도와 기대치를 보다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I 스타트업 글린은 지난 9월 1억 5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 라운드에서 72억 달러(약 1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글린의 아르빈드 자인 CEO는 자사 내부의 실패 사례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아르빈드 자인 CEO는 AI를 활용해 직원들의 주간 최우선 과제를 자동으로 파악하고 경영진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다. 그는 “회사 내부 사정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마법처럼’ 일이 처리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라며 아이디어는 간단해도 실제 구현은 매우 복잡했다고 고백했다.
또한 특정 사용 사례에 맞춘 ‘맞춤형 모델’을 구축하고 미세 조정(Fine-tuning)하려던 시도 역시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국 글린은 배포가 더 쉽고 범용적인 기존 기본 모델로 되돌아갔다. 자인은 “실제로 성공적인 결과물을 얻기까지는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라고 강조했다.
기업 가치 1340억 달러(약 185조 원)의 거물 기업인 데이터브릭스를 이끄는 알리 고드시 역시 AI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고드시 CEO는 “단순히 AI 에이전트를 조직 내에 풀어놓기만 한다고 바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유용한 AI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신중한 평가와 실제 제작 작업,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강력한 팀이 필요한 ‘공학적 예술’의 영역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특히 AI가 더 많은 작업을 자동화하더라도 인간의 감독은 여전히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고드시 CEO는 “몇 년 후에는 많은 곳에 에이전트가 배치되겠지만, 최종 단계에서 ‘확인’ 버튼을 누르고 모든 책임을 지는 주체는 여전히 사람일 것”이라며 “결국 우리 모두가 AI를 관리하는 관리자가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두 CEO는 AI 프로젝트의 높은 실패율이 반드시 나쁜 신호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자인 CEO는 “최근 업계에서 AI 프로젝트의 성공률이 5%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나오지만, 사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을 실험할 때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그것은 기업이 충분히 도전적인(Hard enough)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견해는 다른 기술 리더들과도 궤를 같이한다. AI 분야의 대부로 불리는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 역시 최근 ‘CEO의 일기’ 팟캐스트에서 “기술이 점점 자동화됨에 따라 인간적인 접촉과 자질이 더욱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라며, 기계가 업무를 대신하더라도 인간 고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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