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2025년 가상자산 시장의 희비는 규제라는 높은 벽을 어떻게 대했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제도권의 틀 안에서 기회를 선점한 로빈후드와 스테이블코인은 가파른 성장을 거둔 반면, 사기적 행각으로 시장을 어지럽힌 인물과 과도한 규제로 혁신을 가로막은 당국은 거센 비판과 함께 패자의 낙인이 찍혔다.
25일(현지시간) 판테라 캐피털, 해시3, 베리언트 등 한미 양국의 주요 벤처캐피털(VC)들은 최근 가상자산 팟캐스트 스테이트풀에 출연해 올해 시장을 관통한 핵심 키워드로 로빈후드와 권도형을 각각 승자와 패자의 정점에 세웠다. 전문가들은 2025년 가상자산의 가치 흐름은 기존 금융 플랫폼과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예측 시장이라는 세 축이 이끌었다고 입을 모았다.
◆ 규제 정면 돌파한 로빈후드와 1인당 순익 최강 스테이블코인
VC 업계가 꼽은 올해 최고의 승자는 미국 리테일 브로커리지 플랫폼인 로빈후드다. 로빈후드는 규제 명확성이 확보되자마자 가상자산과 토큰화 증권 시장을 빠르게 선점했다. 메이슨 나이스트롬 판테라 캐피털 파트너는 "로빈후드는 기존 주식과 옵션 고객을 가상자산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하며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했다"며 "인가받은 사업자로서 규제에 정면 대응하며 성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두 번째 승자는 결제와 송금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은 스테이블코인이다. 미국 내 규제 프레임이 정리되면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의 수익성은 유례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특히 테더(USDT)는 직원 1인당 순이익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생산성을 가진 기업 중 하나로 거론됐다. 전문가들은 이미 일부 중형 은행의 이익 규모를 능가할 정도로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 생태계의 실질적인 캐시카우가 됐다고 전했다.
여기에 정치와 스포츠 등 이벤트를 토큰화한 예측 시장도 새로운 승자로 떠올랐다. 온체인 예측 플랫폼 폴리마켓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인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ICE)로부터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1년 만에 기업 가치를 두 배 이상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 징역 15년 선고받은 권도형···규제 만능주의 SEC도 패자
반면, 올해의 가장 처참한 패자로는 2022년 테라 루나 붕괴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공동 설립자가 지목됐다. 가상자산 업계에 약 400억달러(약 5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피해를 안긴 그는 최근 미국 법원으로부터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VC들은 그가 남긴 상흔으로 인해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디파이(DeFi)와 알트코인 투자에 여전히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기관 차원에서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패자로 거론됐다. SEC가 정치적 동기에 기반한 적대적인 집행 조치를 이어간 탓에, 건전한 가상자산 스타트업들이 미국을 떠나 유럽과 아시아로 법인을 옮기는 엑소더스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SEC의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미국을 웹3 혁신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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