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선회의 제왕... 낚시 장비에만 1000만원 든다는 '끝판왕 물고기'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한국 생선회의 제왕... 낚시 장비에만 1000만원 든다는 '끝판왕 물고기'

위키트리 2025-12-26 00:14:00 신고

3줄요약
다금바리 낚시 장비 한 세트를 갖추는 데 1000만 원이 들기도 한다.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

일식 조리사라면 살면서 한 번쯤은 손질해보고 싶은 생선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한국 최고의 횟감. 하지만 이 생선을 둘러싼 정체성 논란은 7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표준명으로 등재된 '다금바리'와 제주도에서 수백 년간 다금바리로 불려온 '자바리'. 도대체 어느 쪽이 진짜일까.

유명 수산물 전문가 김지민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에서 24일 공개한 영상에서 다금바리의 복잡한 정체성 논란을 파헤쳤다. 문제의 핵심은 표준명과 지역 명칭의 충돌이다.

다금바리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

현재 수산 도감에 등재된 표준명 다금바리는 수심 100m 이하 깊은 바다의 암반 지대에 사는 어종이다. 울릉도 왕돌초 인근에서 어쩌다 잡히는 정도로 희귀하다. 반면 제주도에서 오래전부터 다금바리로 불려온 생선의 표준명은 자바리다.

김지민은 "제주도에서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자바리를 다금바리라 불렀다"며 "1970년대 이후 표준명이 정해지면서 제주도 사람들도 알지 못하는 생선이 다금바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부산 쪽에서 어쩌다 잡히는 표준명 다금바리는 '뻘농어'로 불렸을 뿐이다.

김지민은 "표준명보다 조상들이 수백 년간 써온 이름이 먼저"라며 "진짜 가짜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수산업계에서는 자바리를 진짜 다금바리로 취급한다. 제주도나 남해안에서 자연산 다금바리를 먹었다면 십중팔구 자바리다.

김지민은 "학회에서 정할 때는 자바리라 했지만 제주도 지방에서는 전부 다금바리로 부르고 있다"며 "실제 지방에서 부르는 이름을 표준명으로 고치는 수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상엔 자바리를 해체하고 8일간 숙성하는 과정이 담겼다. 대마도에서 낚시로 잡아 피를 뺀 상태로 도착한 생선의 크기는 66cm, 무게는 4.7kg였다. 김지민은 "수컷이다. 내장도 깨끗하고 기생충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자바리 낚시는 ‘바다낚시의 끝판왕’으로 통한다. 돌돔 낚시보다 장비가 더 무겁고 튼튼해야 한다. 특히 낚싯대 받침대는 티타늄에 카본을 결합한 특수 제작품으로 한 개에 100만~200만 원에 이른다.

김지민은 "자바리가 입질하면 돌돔과 비교할 수 없는 파괴력이 나온다"며 "받침대가 같이 휘어지지 않으면 낚싯대가 부러질 수 있어 받치는 부분을 카본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미끼는 오징어나 한치를 통째로 쓴다. 그렇게 한 세트 장비를 갖추는 데 1000만 원이 들기도 한다.

해체 과정에서 눈길을 끈 건 두툼한 껍질과 투명한 살이다. 콜라겐이 풍부한 자바리 껍질은 데쳐서 회로 먹는다. 김지민은 "껍질 1티어는 점줄우럭이고 그 다음이 자바리, 그 다음으로 가야 돌돔"이라고 평가했다. 간과 위장도 별미로 꼽힌다. 위장은 소금으로 문질러 씻은 뒤 데쳐 먹고, 간은 미디엄 레어로 익혀 먹는다.

숙성은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됐다. 일부는 이틀간 단기 숙성해 즉시 시식했고, 나머지는 그린파츠로 감싸 진공 포장한 뒤 8일간 통숙성했다. 그린파츠는 창호지처럼 얇지만 물에 젖어도 찢어지지 않는 숙성 전용 종이다.

김지민은 "자바리는 수분이 적은 편이라 키친타월을 자주 갈아주면 오히려 푸석해진다"며 "한 번만 물기를 닦고 숙성 시트지나 요즘 많이 쓰는 그린파츠로 감싸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단기 숙성은 필렛 상태에서 숙성 시트지로 감싸 3~5일간 진행하고, 장기 숙성은 통째로 그린파츠에 감싸 일주일 이상 진행한다.

이틀 숙성한 회는 "수분이 많아 질척이고 비린내도 느껴지지만 뒷맛은 깔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지민은 "지금은 미완성이지만 이미 감칠맛이 올라오고 있다"며 "피니시가 깔끔해 입안에 비린맛이 전혀 남지 않는다"고 했다.

2일간 숙성한 다금바리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

8일 숙성한 회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었다. 김지민은 "찰기가 미쳤다. 혓바닥에 착착 감기면서 달라붙는다"며 극찬했다. 그는 "표면은 무르지만 심지가 살아서 약간 씹히는 식감이 있고, 미원을 뿌린 것처럼 감칠맛이 올라온다"고 했다.

8일간 숙성한 다금바리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

부위별로도 차이가 있었다. 꼬릿살은 "쫄깃쫄깃하면서 말캉말캉하다"는 평을 받았고, 지느러미살에 대해선 "새우살처럼 터지는 식감에 기름이 확실히 터진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볼살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지민은 "부드러우면서 서걱서걱 씹히는 식감이 매력적"이라며 "생각보다 질기지 않고 기름기도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등살과 뱃살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김지민은 "보통 생선은 뱃살이 기름지고 선호되지만 자바리는 등살과 뱃살의 구분이 모호하다"며 "오히려 살이 두툼한 등살을 선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크기에 따른 맛의 차이도 강조했다. 김지민은 "자바리는 성체가 120cm에 30kg까지 자란다"며 "적어도 10kg은 넘어야 온전한 기름기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20만 원 주고 즉석에서 썬 회를 먹으면 실망할 수 있다"며 "2~3일 이상 숙성해야 수분이 잡히고 기름기가 올라온다"고 했다.

대가리 구이와 맑은탕도 별미였다. 50분간 구운 대가리는 "향이 구수하다"며 "껍질이 쫀득한 향이 맛있고 동공 부분도 물렁물렁해 씹어 넘기기 좋다"고 했다. 속살은 다소 싱거워 소금 묻은 껍질과 함께 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맑은탕에 대해선 "프림을 탄 맛이 난다"며 "다른 생선 육수와 확실히 차별화되는 품격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지민은 "국물 색깔부터 다르고 깔끔하면서도 기품이 있다"며 "참기름과 마늘, 대파, 고추를 넣어 끓였는데 간장 간만으로도 충분했다"고 했다.

자바리가 예전보다 흔해지고 그나마 값이 내려간 이유는 지속적인 치어 방류와 양식 기술 발달 덕분이다. 2000년대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귀했지만 현재는 국내 양식도 이뤄지고 있다. 자연산 개체수도 다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현재 kg당 소비자가는 15만~20만 원 수준이다.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의 가격 차이가 크며, 낚시로 잡아 피를 뺀 선어는 kg당 10만~12만 원 정도다. 이 영상 속 생선은 70만~90만 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김지민은 "대마도에서 3, 4일 밤새 낚시해 잡은 것 중 가장 큰 것을 찬조받았다"며 "출판사 대표와의 술자리에서 다금바리 이야기를 꺼냈더니 지인이 마침 대마도에서 낚시 중이라며 연결해줬다"고 밝혔다. 그는 "일면식도 없는 분이 흔쾌히 좋은 생선을 나눠줘 너무 감사했다"며 "많은 분이 다금바리의 매력을 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회를 뜨면서 경건함이 느껴지는 건 처음 본다”, “침이 꼴깍 넘어간다”, “한 번 맛을 본 거라 영상을 보니 더욱 먹고 싶다”, “속살까지 참 예쁜 생선이다”, “보고 있기 힘들다”, “느글느글한 방어 영상만 보다가 다금바리를 보니 속이 시원해진다”, “덕분에 진짜 다금바리를 제대로 보고 간다”, “간만에 보니 더 먹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