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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는 지난 24일 2026시즌을 함께할 아시아쿼터 선수로 호주 국가대표 출신 내야수 제리드 데일(26)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다른 9개 구단은 모두 투수를 영입했다. 디펜딩 챔피언 LG트윈스는 지난해 키움히어로즈에서 뛰었던 호주 출신 좌완 라클란 웰스를 선택했고, 한화이글스는 대만 국가대표 출신 왼손투수 왕옌청을 영입했다. 나머지 7개 구단 역시 일본 출신 투수들을 데려오며 마운드 보강에 초점을 맞췄다.
각 팀이 아시아쿼터 투수를 뽑은 이유는 간단하다. 좋은 투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 능력 있는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안정적인 시즌 운영이 가능하다. 그래서 외국인선수도 3명 가운데 2명은 거의 예외없이 투수를 데려온다. 외국인 투수 2명에 아시아쿼터 투수까지 더하면 선발진 운용이 한결 수월해진다. 중간계투나 마무리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KIA의 선택은 달랐다. 데일을 통해 내야 수비 안정과 타선 보강을 동시에 노렸다. 이는 올겨울 팀 전력 손실과 무관하지 않다.
KIA는 지난 시즌까지 10년 넘게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박찬호를 떠나보냈다. 박찬호는 지난달 두산베어스와 4년 최대 80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리그 정상급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다. 공격에선 리드오프로서 꾸준한 타격을 보여줬다. 박찬호의 이탈은 KIA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팀 타선의 중심 역할을 해온 최형우까지 삼성라이온즈로 이적했다. 내야 수비와 타선을 동시에 보강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물론 팀 내 유격수 자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규성, 정현창, 박민 등이 올 시즌 유격수로 나섰다. 하지만 이들 모두 풀타임 주전 경험이 없다.
2024년 리그 MVP를 차지한 간판스타 김도영을 3루수에서 유격수로 이동시키는 방안도 코칭스태프는 고민했다. 재능만 놓고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김도영은 올 시즌 햄스트링 부상을 세 차례 겪었다. 당장은 포지션 이동보다 몸 관리가 우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KIA는 아시아쿼터로 유틸리티 내야수를 선택했다.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데일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수비 능력은 어느 정도 검증됐다는 평가다. 당장 주전 유격수를 맡으면서 젊은 토종 내야수들이 성장할 시간을 벌어주길 구단은 기대한다.
심재학 KIA 단장은 “아시아쿼터 선수를 놓고 투수와 유격수 포지션을 두고 고민했다”며 “현재 팀 상황에서는 센터 라인을 안정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도 “데일은 일본에서 한 시즌을 보내며 수비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우려는 공격 쪽에서 나온다. 데일이 주로 활약한 호주리그는 전체적인 수준이 한국보다 떨어진다. 박찬호, 최형우가 떠난 타선 공백을 메울 수 있을 지에 대한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데일이 한국 무대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다면 KIA로선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KIA는 아시아쿼터로 야수를 선택한 만큼 외국인 투수 한 자리가 부족한 채 시즌을 시작한다.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 등 국내 선발진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세와 다른 선택을 한 KIA의 실험적인 선택이 2026시즌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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