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아파트라고 파냐”라는 반응이 나올 만한 공매 매물이 최근 부동산 시장에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경기도 평택 고덕신도시에는 신축 아파트 한 채가 최저 입찰가 1000만원에 시장에 나와 눈길을 끌었다.
겉으로만 보면 ‘역대급 헐값 매물’처럼 보이지만, 실제 낙찰자가 부담해야 할 채무는 수억 원대에 달한다. 해당 물건에는 이미 4억 원이 넘는 근저당이 설정돼 있어, 낙찰가는 사실상 ‘입찰가 + 채무 인수액’ 구조로 계산될 전망이다.
눈에 보이는 숫자는 작지만, 뒤에 붙은 빚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일반 시세보다 체감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개인 파산과 채무 조정 절차에서 나온 이른바 ‘파산 공매’ 물건이 최근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금리 고착화와 생활비 부담이 장기화되면서 상환 능력을 잃은 채무자가 증가했고, 법원에서 개시되는 파산·면책 절차 속에서 자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아파트와 주거용 부동산이 대거 시장에 나오고 있다.
‘꿈의 헐값 매물’로 포장된 채무 폭탄… 파산 공매가 던진 경고
공기업 공매 플랫폼과 법원 경매 시스템에는 파산재단 명의의 매각 공고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으며,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중대형 단지까지 대상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외형상 최저 입찰가만 보면 ‘기회’처럼 보이지만 실제 구조는 상당히 복잡하다.
기존 금융권 채권, 선순위 근저당, 임차보증금, 체납금 등 각종 권리가 뒤엉켜 있는 경우가 많고, 점유 관계 역시 명확하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다. 일부는 상속·공동소유 문제가 얽혀 이해관계자가 여러 명에 달하고, 법원의 추가 인가가 필요한 절차가 붙는 경우도 있다.
낙찰 후 권리 정리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동시에 투입될 수밖에 없어 ‘싸게 사서 이득 본다’는 단순한 계산이 통하지 않는 셈이다. ‘빨간 딱지’가 붙는 강제집행물건도 증가세다. 채무 불이행으로 강제경매가 개시된 부동산이 올해 들어 2만 건을 넘어서며 이미 전년 수준을 넘어섰고, 금융기관이 담보권 실행을 통해 넘기는 임의경매 역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을 “경기 체력 약화가 주거 자산으로까지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서민 실물경제가 흔들릴수록 경·공매 시장이 먼저 반응한다는 기존 공식이 다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파산 공매 물건을 ‘기회’로만 볼 경우 위험이 상당하다고 지적한다. 단순 가격 비교만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권리 분석, 채무 인수 조건, 명도 가능성, 향후 매각 유동성까지 종합 점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겉으로는 ‘1000만원 매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억 원짜리 채무 패키지가 붙는 경우가 많다”며 “준비 없이 덤볐다간 싸게 산 것이 아니라, 빚까지 함께 떠안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표면적인 숫자만 보면 ‘꿈같은 가격’이지만, 그 뒤에 숨은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경기 침체 여파 속에서 등장한 이른바 ‘4억 지옥 아파트’는 단순한 이슈성 매물이 아니라, 현재 부동산 시장이 마주한 불안과 부담의 그림자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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