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錄조조] 소설 연재 안내
본 소설은 현 정세의 사건들을 조조, 손권 등의 인물과 탁류파, 청류파 등의 가상 정치 세력으로 치환하여 재구성한 팩션(Faction)물입니다.
서라, 짐짓 '대의를 앞세우나' 실은 사사로운 이익과 권력을 좇는 자들을 탁류파(濁流派)라 칭하고, 그 반대편에서 '청명한 정치를 부르짖으나' 실은 권문세족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들을 청류파(淸流派)라 부르노라. 현재 탁류파는 여당인 주민당, 청류파는 야당인 민국의힘이니라. 조조(曹操)는 탁류파의 우두머리이자 대선을 통하여 대권을 잡은 당대 제일의 웅걸 명재이 대통령이다. 조조의 대적이자 청류파가 밀던 인물은 곧 강동의 호랑이라 불리던 손권(孫權, 열석윤 전 대통령)이었다.
건안 30년, 아니 서기 2025년 12월 25일의 아침 공기는 칼날처럼 차가웠다. 인천 계양의 평원, 한때 조조가 천하를 도모하기 위해 기반을 닦았던 초현과도 같은 그곳에 현대의 간웅 조조가 서 있었다. 대통령 명재이의 육신을 빌려 환생한 그는 자신의 옛 영지인 계양구 해인교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뒤로는 탁류파라 불리는 여당의 장수들이 따르고 있었다. 식훈강 비서실장과 준남김 대변인, 그리고 새롭게 영입된 모사 환성전 경청통합수석이 그들이다. 반면 성 밖에서는 야당인 청류파 무사들이 창을 휘두르며 소리치고 있었다.
이것은 명백한 사전선거운동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 영토를 돌보는 저의가 무엇인가. 청류파의 정신적 지주인 손권, 즉 열석윤 전 대통령의 기세를 이어받은 이들은 조조의 행보를 매섭게 비판했다.
조조는 말 위에서, 아니 검은색 방탄차 안에서 창밖을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것은 적벽에서 패해 달아나던 시절, 화용도 입구에서 지모 없는 제갈량과 주유를 비웃던 바로 그 조조삼소의 웃음이었다.
"어리석은 것들. 내가 이곳을 찾는 것이 어찌 선거를 위함뿐이겠느냐. 백성의 배고픔을 아는 자만이 천하를 가질 수 있는 법이다."
조조는 차에서 내려 해인교회의 문을 두드렸다. 1986년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세운 이 민중교회는 그가 늘 주장하던 구현령의 정신과 맞닿아 있었다.
조조는 일찍이 포고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오직 나라를 다스리고 군을 부릴 재능만 있다면, 불효자나 패륜아라도 내 곁에 두겠노라."
그는 이곳에서 가장 낮은 곳의 민심을 수습하며 과거 여백사를 죽였던 비정한 권력자의 모습 대신, 백성을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랐던 할발대수의 인자한 지도자 연기를 시작했다.
조조는 모준이 목사와 선영김 목사를 만나 고개를 숙였다.
"가장 낮은 곳에 임하신 예수의 모습 그대로, 교회다운 교회를 보게 되어 감사하오."
간웅 조조의 목소리는 신중했다. 그는 예배 후 식당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노숙인과 소외된 백성들이 비빔밥을 나누고 있었다. 조조는 신하들을 뒤로 물리고 몸소 줄을 서서 자율 배식을 받았다. 이것은 과거 원소와의 관도대전에서 병사들과 똑같은 솥의 밥을 나누며 그들의 목숨을 샀던 조조의 용인술이었다. 비빔밥 한 그릇에 담긴 화합의 정치는, 갈증에 지친 병사들에게 가짜 매실 숲을 가리키며 희망을 주었던 망매해갈의 지혜와 같았다.
오찬을 마친 조조는 인근 노틀담 수녀원을 방문해 장애인들을 보듬었다. 약한 것은 죄악이라 말하던 과거의 냉혹한 모습은 간데없었다. 그는 이곳에서 장애인 개인예산제라는 새로운 무기를 점검하며, 청류파가 장악하려 하는 복지의 영토를 선점했다.
오후가 되자 조조의 행군은 한국 천주교의 성지인 서울 명동대성당으로 이어졌다. 이곳은 마치 헌제가 머물던 허도의 궁궐과 같았다. 조조는 헌제를 옹립하여 천하를 호령하던 협천자의 기세를 품고 미사석에 앉았다.
서울대교구장 택순정 추기경이 단상에 올라 일갈했다.
"갑작스러운 정치적 불안정 속에 분열의 소식이 들려오니 참으로 마음이 무겁소."
택 추기경의 강론은 조조의 심장을 겨냥하는 조식의 칠보시처럼 날카로웠다. 조조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사랑의 한 걸음을 내딛으라는 추기경의 말은, 결국 내 칼끝을 거두라는 경고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조조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봉헌 미사에 참여하며 경건한 자태를 유지했다.
미사를 마치고 성당을 나서는 조조의 곁으로 탁류파의 모사들이 바짝 붙었다. 환성전 수석은 백성의 작은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식훈강 실장은 청류파의 공세를 막을 방패를 준비했다.
조조는 명동의 인파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내가 천하를 버릴지라도, 천하가 나를 버리게 하지는 않겠다."
그의 성탄 행보는 표면적으로는 위로와 희망이었으나, 그 이면에는 2026년 지방선거를 향한 거대한 포석이 깔려 있었다. 청류파 손권이 아무리 사전선거운동이라 비난한들, 이미 계양의 비빔밥을 나누고 명동의 성수를 마신 민심은 조조의 지략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조조가 탄 차가 어둠이 깔린 도심을 가로질러 사라졌다. 청류파는 여전히 성난 파도처럼 일어났으나, 조조는 이미 다음 수순을 읽고 있었다. 천하라는 판 위에서 성탄의 종소리는 그저 한 조각의 배경음악일 뿐이었다.
이것이 實錄조조, 2025년 겨울의 기록이다.
Copyright ⓒ 저스트 이코노믹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