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챗GPT 제작
대전시가 겨울방학을 앞두고 학교를 통해 방학 중 급식 신청을 안내하고 있다. 결식이 우려되는 학생들이 대상이다. 법정 기준에 따라 결식 우려 사유가 인정돼야 방학 중 급식을 지원받을 수 있다. 주로 생계급여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중위소득 52% 이하, 한부모가정 등에서 보호자가 밥을 차려 주기 어렵거나 차려 주더라도 아이 스스로 먹기 어려운 경우 등이 사유에 해당한다. 정확한 인원은 신청이 끝나야 알 수 있지만 추산은 가능하다.
시에 따르면 최근 2∼3년간 방학 중 중식 지원자는 4100∼4200명, 연중 조식과 석식 하루 두 끼 지원자는 3100명 선이다. 어림잡으면 7200∼7300명이지만 중복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 여름방학을 기준으로 중식은 서구 1500명, 중구 1371명, 유성구 1195명, 동구 789명, 대덕구 628명이 대상(5483명)으로 4200명을 훌쩍 넘고 연중 조·석식도 중구 1136명, 유성구 1057명, 동구 826명, 서구 785명, 대덕구 688명이 대상(4492명)으로 3100명을 훨씬 상회한다. 이 역시 중복 지원으로 인해 아귀가 맞지 않는다. 대전시교육청은 학기 중 주말과 휴일 중식 지원 학생 2600명 분의 예산을 시에 교부한 상태라고 했다. 정확한 결식 우려 아동 수를 헤아리는 건 무리인 모양이다. 대전에서 수천 명의 아이들이 결식 우려 아동으로 분류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급식 단가는 1식 9500원이다. 나쁘지 않다. 단가가 너무 낮아 아이들을 두 번 울린다는 사회적 핀잔을 계기로 현실화한 덕분이다. 시 관계자는 “복지부 권고에 따라 단가를 지속적으로 인상했다. 전국적으로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원엔 급식카드를 충전해 가맹점에서 사용하거나 아동센터와 연계한 급식소에서 해결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비율은 비슷하다고 했다. 결식아동이라는 주홍글씨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에게 감당하기 쉽지 않은 굴레다. 그들은 살기 위해 먹는다. 시 관계자는 “낙인 효과 때문에 급식카드를 체크카드 형태로 제공한다. BC 카드 가맹점에선 거래가 가능해 사용처도 넓다”고 소개했다.
그래도 뭔가 꺼림칙해 구청으로 연락을 취했다. 보통 부모가 신청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긴 아이들 스스로 선뜻 결핍을 증명하려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구 관계자도 유사 체크카드를 낙인 효과 예방을 위한 예시로 들었다. 그러면서 “배달도 가능하다”고 한시름 덜 만한 정보를 귀띔했다. 배달이라면 남의 눈을 덜 의식해도 될 만한 경로이긴 하다.
아이 눈높이에선 왜 나는 이런 지원이 필요할까 싶은 자괴감이 들 수도 있는 문제다. 그래서 가난과 지근거리에 있는 한 아동통합사례관리사에게 우문을 던졌다. 그는 “복지 자원에 벽을 치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것이 자신들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어른이든 아이든 신뢰 관계를 형성해야 자원을 흡수한다. 낙인 효과를 최대한 방지하면서 상처가 되는 상황을 최소화하려고 현장에서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지서비스로 낙인을 느끼는 상황은 드물다”고 안심시켰다.
완벽한 가림막은 없다. 아이들이 구김살 없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복지가 좀 더 배려하고 헤아려 주면 좋겠다. 수천 명의 아이들은 먹기 위해 사는 사회를 함께 산다.
이인회 기자 sindo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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