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츠크해·대만도 등장…트럼프는 '서반구 중시' 국가안보전략 발표
中, 美의 베네수 제재에 "확대관할 반대"…대만 무기판매엔 "전쟁위험 고조"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서반구(남북미 대륙)를 중시하는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한 가운데, 중미·카리브해에서의 전투 시뮬레이션(모의훈련)을 다룬 중국군 워게임 영상이 공개돼 주목받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허난성 쉬창에서 열린 중국 워게임 행사를 소개하는 19일 중국중앙(CC)TV 보도에서 이례적으로 이러한 화면이 등장했다.
중국군 워게임에서는 통상적으로 빨간색이 아군, 파란색이 적군을 뜻하며 이를 통해 항공기·선박 등 전력을 표시한다.
해당 영상에서는 빨간색·파란색 표시가 쿠바·멕시코 해안 부근에서 움직였고, 빨간색 표시는 카리브해 부근에 있고 파란색 표시 일부는 미국 휴스턴·텍사스 인근에 집결해 멕시코만(미국만) 쪽으로 이동했다.
쿠바를 클로즈업한 화면에서는 항공기·선박의 이동 궤적을 보여주는 선이 있었는데, 이는 전술작전 시뮬레이션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SCMP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년간 방치됐던 서반구에서의 우위를 회복하겠다면서 지난 5일 고립주의적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또 16일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FTO)로 지정하고, 제재 대상 유조선의 베네수엘라 출입을 전면 봉쇄하도록 한 상태다. 이는 자금줄 차단을 통해 마두로 대통령 퇴출하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중국은 10일 '중국의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정책 문건'을 발표하면서 "중국·중남미 운명공동체 공동 건설 '5대 공정(program)'을 함께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 문건에서 군사 교류와 관련해 함정 상호방문, 군사 훈련 심화 등 2016년 문건의 내용을 재확인하는 한편 "자원해서 참여하는 기초 위에 중국과 중남미 고위급 국방 포럼을 계속할 것이며, 베이징 샹산포럼 참여를 환영한다"고 했다.
샹산포럼은 국방·군사 분야 지도자와 전문가가 참가하는 연례 다자안보회의로 중국이 주최한다.
SCMP는 중국이 남미 지역과 경제적으로 밀접하지만 군사적 존재는 미미했다면서, 이번 CCTV 보도 영상을 근거로 중국군의 세계적 야심이 변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일본 간 쿠릴열도 영유권 분쟁이 있는 오호츠크해 지역의 지도도 화면에 나왔는데, 빨간색은 러시아 극동 해안 인근에 모여있는 반면 파란색은 일본 홋카이도와 쿠릴열도에 있는 모습이었다.
중국은 지난 8월 러시아와 동해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했으며, 이달 9일에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해·동중국해·서태평양 상공을 공동 비행한 바 있다.
이밖에 중국이 무력 통일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대만 지역 영상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 이후 중일 간 갈등이 고조된 상태다.
이번 행사는 중국군 부대와 대학 등 20개 기관이 모여 여러 항목의 중국산 워게임을 선보인 것인데, CCTV 보도에서는 워게임 상의 충돌 시나리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중국 상무부 허융첸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베네수엘라 유조선 제재에 대해 "일방적 제재를 가하고 이른바 '확대 관할권'(일국의 법률 적용 범위를 나라 밖까지 확대하는 것)을 행사하는 데 대해 중국은 일관되게 결연히 반대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타국 유조선을 임의로 막는 행위는 국제 에너지 시장을 어지럽게 할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 안보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베네수엘라와 타국이 국제법 안에서 전개하는 경제·무역 협력은 정상적·합리적·합법적"이라고 했다.
장샤오강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별도 브리핑에서 미국의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 가운데 대만 안보 협력 프로젝트에 10억달러를 지원하고 무기 판매를 강화한다는 내용에 대해 "중국 내정에 거칠게 간섭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미국이 약속을 저버리고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강화해 대만독립세력의 오만한 기세를 부추기고 대만해협을 전쟁의 위험지대로 더욱 빠르게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변인은 또 일본의 재무장화를 비판하면서 일본 우익세력이 군국주의를 불러내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함께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본이 타국 인공위성을 간섭하는 기술을 거리낌 없이 발전시키고 우주의 무기화·전장화를 가속하고 있다"면서 "우주 군비경쟁을 자극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군국주의 역사를 고려하면 일본의 공격적 우주정책에 대해 사람들이 (진주만 기습공격과 같은) '우주 진주만' 재발을 우려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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