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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혜택만으로 돌아올까”…효과는 미지수
25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부는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에 대한 세제 지원과 개인 선물환 매도 상품 도입·해외자회사 배당금 익금불산입률(95→100%) 상향 등 방안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가 올해 12월 23일 기준 보유한 해외주식을 매각한 뒤 원화로 환전해 1년간 장기보유 시 인당 5000만원 한도로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내년 1분기 복귀분은 100%, 2분기 80%, 3분기 50%로 복귀 시점에 따라 세액감면 혜택이 차등 부과된다.
지난해 기준 국외주식 양도소득세 납부 대상자 11만6000명 모두가 RIA 제도를 통해 1인당 5000만원의 비과세 한도를 전부 활용한다고 단순 가정할 경우, 5조8000억원 수준의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여력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686억달러(한화 약 244조원)로, 정부는 해외투자금의 10% 수준만 국내로 돌아와도 200억달러가량이 공급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원화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책적으로 개인 투자자의 국내증시 복귀 유도는 내년 개인 수급에 긍정적이며 중장기적 원화 강세가 유도될 경우 외국인 수급에도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조치는 (환율 급등의 배경이 된) 수급요인의 과열을 식히는 쪽에 집중돼 있어 추가 환율 상승을 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정책이 단순 환율 안정 ‘신호’로 그치지 않고 실효성을 가지려면 결국 국내 증시의 펀더멘탈(기초체력)과 수익성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은 “단기적으로 외환보유고 증가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환율 리스크와 (국내증시보다) 불리한 세금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으로 가는 것은 결국 수익률 때문이라 세제 지원을 통한 자금 유턴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국내 주식 활성화를 통해 ‘서학개미’를 ‘동학개미’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산업 구조 개편과 모험자본 투자를 통한 혁신기업 모색 등 보다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정책의 역효과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는 “환율 개입 의지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방법론적으로는 자금 유입을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라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국내 주식 확대를 부추기고 내년에 국내 증시가 미국 시장 대비 언더퍼폼하거나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투자자들의 항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래도 절세는 절세”…RIA 활용법, 최적의 전략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책 효과와 별개로, 절세 관점에서의 RIA 활용 전략이 또 하나의 관심사다. 예컨대 3000만원을 투자한 종목이 5000만원이 됐을 때 현행 제도에서는 약 385만원의 양도세를 내야 하지만, 이를 RIA를 통해 매도해 1년간 국내 투자로 유지하면 세금이 전액 면제된다.
절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무엇을 먼저 팔 것인지가 중요하다. RIA 감면은 수익이 아니라 매도 금액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동일한 5000만원 매도라도 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먼저 정리할수록 절세 폭이 커진다. 또 복귀 시기에 따라 감면률이 차등 적용되기 때문에 이미 팔 계획이 있는 투자자라면 시점만 앞당겨도 절세 효과가 사실상 ‘추가 수익’과 동일한 기능을 한다.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을 통해 해외 포지션을 유지한 채 환손실만 방어하는 방식도 활용 가능하다. 23일까지 보유한 해외 주식에 대해 환헤지(선물환 매도)를 할 경우 매입액의 5%(최대 500만원)를 해외 주식 양도세 계산 시 추가 공제로 인정하기로 했다.
한편 절세가치를 상쇄할 수 있는 거래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해외주식 매도 시 수수료, 원화 환전 스프레드, 국내 주식 매매 비용은 기존과 동일하게 발생하므로 절세 금액이 이러한 비용을 상회하는지 계산하는 과정이 빠지면 제도 활용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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