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지나면 집 안에 유독 많이 남는 물건이 있다. 먹고 남은 케이크만큼이나 케이크 상자도 처치 곤란한 존재가 된다. 바로 버리기엔 멀쩡하고, 쌓아두자니 자리만 차지한다. 그런데 이 케이크 상자가 의외로 살림에 꽤 쓸모 있는 물건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바로 비닐 보관함이다.
집집마다 비닐은 늘 넘친다. 장을 보며 받아온 비닐, 택배 포장 비닐, 음식물 쓰레기용 봉투까지 종류도 제각각이다. 문제는 이 비닐들이 한곳에 정리되지 않으면 서랍 속에서 엉키거나, 필요할 때 바로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럴 때 케이크 상자가 간단한 해결책이 된다.
먼저 상자를 고른다. 크기가 너무 작지 않고, 바닥이 단단한 케이크 상자가 좋다. 생크림이 묻어 있거나 기름기가 남아 있다면 반드시 깨끗이 닦아 말려야 한다. 종이 상자 특성상 습기가 남아 있으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마른 행주로 한 번 닦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완전히 건조하는 과정이 필수다.
유튜브 '한지Life-Korean Paper Art'
다음은 상자 손질이다. 케이크 상자는 보통 뚜껑과 몸체가 분리돼 있다. 뚜껑은 과감히 분리해 따로 보관하거나 버린다. 몸체만 사용하면 수납함처럼 활용하기 쉽다. 상자 높이가 애매하게 느껴진다면 가위나 칼로 윗부분을 조금 잘라내도 된다. 이때 손이 베이지 않도록 반드시 평평한 곳에서 작업한다.
이제 비닐을 정리한다. 비닐을 그대로 구겨 넣기보다는 크기별로 접어 정리하는 것이 좋다. 작은 비닐은 여러 장을 겹쳐 접고, 큰 비닐은 반으로 접어 세워 넣는다. 케이크 상자는 바닥이 넓어 세워 넣기에 적당하다. 이렇게 하면 필요한 크기의 비닐을 한눈에 찾을 수 있다.
조금 더 안정적으로 쓰고 싶다면 상자 안쪽을 한 번 덧대는 것도 방법이다. 사용하지 않는 포장지나 두꺼운 종이를 깔아주면 상자가 쉽게 찌그러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습기에 민감하다면 투명 파일이나 비닐 시트를 안쪽에 덧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유튜브 '한지Life-Korean Paper Art'
사용 장소도 중요하다. 싱크대 아래나 다용도실처럼 습기가 많은 곳은 피하는 게 좋다. 케이크 상자는 종이 재질이라 물에 약하다. 건조한 팬트리, 주방 수납장 한켠, 베란다 수납장처럼 통풍이 되는 공간이 적당하다. 바닥에 바로 두기보다는 선반 위에 올려두면 더 오래 쓸 수 있다.
주의할 점도 있다. 음식물이 묻은 비닐을 그대로 넣으면 냄새가 배고 벌레가 생길 수 있다. 반드시 깨끗이 씻어 말린 비닐만 보관해야 한다. 또 무거운 물건을 위에 올려두면 상자가 쉽게 찌그러질 수 있으니,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케이크 상자를 비닐 보관함으로 쓰는 장점은 분명하다. 추가 비용이 들지 않고, 버려질 물건을 다시 쓰는 만큼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비닐이 눈에 보이게 정리되면서 살림 동선이 훨씬 편해진다. 필요할 때 서랍을 뒤질 필요 없이 한 번에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말이 지나면 케이크 상자는 대부분 분리수거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잠깐만 생각을 바꾸면 살림에 꽤 실속 있는 도구가 된다. 크리스마스의 흔적을 그냥 버리는 대신, 집 안을 정리하는 데 다시 써보는 것. 작은 재활용이지만 생활의 효율은 분명히 달라진다. 연말 정리를 앞두고 있다면, 케이크 상자부터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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