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과 저녁 공기 온도가 확연히 달라지는 시기에는 식탁 풍경도 함께 바뀐다. 불 앞에 오래 서지 않아도 되는 반찬이 자주 오르고, 냉장고에서 바로 꺼낼 수 있는 재료가 손에 먼저 잡힌다. '김'은 이런 계절에 가장 많이 선택되는 반찬이다. 밥 위에 올려 한 장씩 집어 먹기 편하고, 따로 손질할 과정도 없어 밥 한 숟갈에 김 한 장이라는 조합은 사계절 내내 익숙하다.
하지만 몸에 좋다고 알려진 재료라도 함께 먹는 방식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지금부터 살펴볼 내용은 김과 함께 먹었을 때 오히려 피하는 편이 나은 음식들이다. 식탁에서 흔히 마주치는 조합이지만, 성분 특성을 기준으로 보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만한 구성이다.
1. 김과 시금치, 겉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조합
김은 바다에서 자란 해조류다. 요오드와 칼슘, 철분,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고르게 들어 있다. 조미하지 않은 김 한 장만으로도 미네랄 섭취에 도움이 된다. 보관이 쉽고, 불을 쓰지 않아도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점 역시 식탁에서 자주 오르는 이유다.
시금치는 잎채소 가운데 쓰임새가 넓은 재료다. 엽산과 비타민 A, 철분 함량이 높아 나물이나 국 재료로 자주 등장한다. 살짝 데치기만 해도 바로 먹을 수 있어 부담이 적다. 두 재료 모두 몸에 이롭다는 인식이 강해 같은 상에 함께 오르는 경우가 많다. 김무침과 시금치나물, 김밥 속 재료 조합도 낯설지 않다.
문제는 성분에서 비롯된다. 시금치에는 수산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은 체내에서 칼슘이나 철분, 마그네슘과 쉽게 결합한다. 이렇게 결합된 상태에서는 흡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배출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김에 들어 있는 미네랄이 시금치 속 수산과 만나면 얻고자 했던 이점이 줄어들 수 있다.
2. 도토리묵과 함께 먹으면 요오드 흡수가 줄어든다
김과 잘 맞지 않는 음식은 시금치만이 아니다. 도토리묵 역시 함께 먹을 때 한 번쯤 짚어볼 재료다. 도토리묵에는 타닌 성분이 들어 있다. 타닌은 떫은맛을 만드는 식물성 화합물로, 체내에서 미네랄과 결합하는 성질을 지닌다. 김에 들어 있는 요오드 역시 이 결합 대상에 포함된다.
두 음식을 같이 먹으면 요오드가 장에서 흡수되기 전에 결합돼 배출되는 비율이 높아진다. 요오드는 해조류 섭취의 핵심 성분이다. 김을 통해 요오드를 보충하려는 목적이 있다면 도토리묵을 같은 끼니에 올리는 방식은 효율적인 선택이라 보기 어렵다. 해조류 섭취 빈도가 높지 않은 식단일수록 이 차이는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3. 튀김과 함께 먹는 김, 생각보다 부담이 커진다
김은 바삭한 식감 덕분에 튀김과 자주 함께 등장한다. 김말이나 모둠튀김 옆에 곁들여진 김 반찬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김이 기름을 흡수하기 쉬운 구조라는 점이다. 기름진 음식과 나란히 먹으면 김 표면에 기름이 묻으면서 실제 섭취 열량이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 가볍게 느껴져 여러 장을 연달아 먹기 쉬운 점도 부담을 키운다.
튀김류는 지방 함량이 높아 소화 시간이 길다. 여기에 김까지 더해지면 위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식사 뒤 더부룩함이나 속이 더딘 느낌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은 본래 담백한 반찬과 어울리는 재료다. 기름기 적은 나물이나 국물 없는 반찬과 함께 먹을 때 부담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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