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증시가 정치적 안정 기대감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 공산당이 향후 5년간의 지도부 후보군에 대해 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확실성 우려가 완화된 영향이다.
베트남 공산당은 이틀간 진행된 제13기 중앙위원회 제15차 전체회의를 12월 23일 마무리했다. 쑤린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정부 공식 웹사이트에 게시된 폐막 연설을 통해, 지도부 후보 지명이 “압도적인 다수결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그는 중앙위원회와 정치국, 서기처의 신뢰에 감사를 표하며, 책임감 있고 실용적인 태도로 단결과 통합을 유지해 당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정치적 안정 신호에 힘입어 베트남 증시는 12월 24일 상승 출발했다. 주요 지수는 개장 직후 1% 상승한 1791.46까지 올랐다가 일부 차익 실현 매물로 상승폭을 줄였으나, 싱가포르 시간 기준 오전 11시 27분 현재 약 0.4% 상승세를 유지했다. 앞서 지수는 월요일과 화요일에도 각각 2.7%, 1.2% 오르며 강한 반등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승을 베트남 공산당 제14차 당대회를 앞두고 권력 이양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해석하고 있다.
제14차 당대회는 2026년 1월 19일부터 25일까지 하노이에서 열릴 예정이며, 외부에서는 쑤린 서기장이 계속해서 베트남 최고 지도자로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회의 상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AFP에 “변화는 없으며, 안정 유지를 위해 현 지도자가 유임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쑤린이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유사하게 공산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을 겸임할 가능성도 거론했다. 만약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이는 임시 권한대행을 제외하면 베트남 현대사에서 한 인물이 두 최고 직책을 동시에 맡는 첫 사례가 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최근 수개월간 베트남 증시에서 순매도세를 보였던 외국인들은, 차기 지도부 윤곽이 드러나자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간 약 5,000만 달러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증시 반등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한 요인으로 평가된다.
한 베트남 증권 중개인은 로이터에 “시장의 초점은 누가 최고 권력을 유지하느냐에 있으며, 현 지도부의 유임은 향후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올해 68세인 쑤린은 과거 베트남 공안부 장관을 지냈으며, 강력한 반부패 캠페인의 핵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용광로’로 불리는 이 반부패 운동을 통해 다수의 고위 정치인과 지방 관료, 기업 경영진이 기소되거나 사임했다. 그는 2024년 8월 총서기에 오른 이후, 개혁·개방 이후 가장 광범위한 행정 구조 개혁을 주도해 왔다.
다만 베트남 지도부가 직면한 과제도 적지 않다. 향후 5년간 연평균 10% 이상의 경제 성장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해야 하며, 관세 정책과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은 수출과 투자 흐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베트남 경제는 지난 분기 8.2% 성장하며 3년 만에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각국 기업들이 관세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으로의 수출을 서두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정치적 안정과 견조한 성장세가 맞물릴 경우, 베트남 증시의 중장기 투자 매력도는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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