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영공을 감시하는 북미항공우주사령부(NORAD)의 첨단 레이더망에 아주 특별한 '비행물체'가 포착됐다.
9마리의 순록이 끄는 '수직 이착륙형' 썰매, 조종사는 쿠키를 즐겨 먹는 체중 118kg의 산타클로스다.
서울 도심을 가른 루돌프
NORAD는 한국시간 기준 24일 오후 11시 27분 산타가 대한민국 서울에 진입했음을 공식 발표했다.
여의도 63빌딩과 남산 서울타워, 그리고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초고층 실루엣을 배경으로 루돌프의 빨간 코가 내뿜는 적외선 신호가 NORAD 위성에 선명히 잡혔다.
산타의 경로는 국경과 이념을 초월했다. 제주와 부산을 거쳐 서울에 도착한 산타는 곧장 북한 평양으로 기수를 돌려 잠든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했다.
이후 전쟁의 포성이 멈추지 않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와 이스라엘 텔아비브, 팔레스타인 베들레헴 상공을 차례로 통과하며 전 세계에 '성탄절 휴전'의 메시지를 무언으로 전달했다.
'레드폰'에서 시작된 70년의 기록
올해로 70회째를 맞이한 이 이벤트의 기원은 역설적이게도 냉전의 정점이었던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 백화점의 인쇄 오류로 대륙방공사령부(CONAD, NORAD의 전신)의 긴급사태 전용 '레드폰'에 한 어린이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전술 작전을 지휘하던 해리 W. 슈프 대령은 당황하지 않고 산타를 찾는 아이에게 기지를 발휘해 답했고, 이 '우연한 전화'가 매년 수백만 명의 아이들이 실시간으로 산타의 위치를 확인하는 세계 최대의 가상 추적 시스템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초광속 썰매의 '공학적 데이터'
NORAD가 공개한 '산타 썰매'의 성능은 가히 압도적이다.
- 최고 속도: 별빛보다 빠른 초광속 비행
- 연료: 건초, 귀리, 당근 (무보급 장거리 운행 가능)
- 이륙 중량: 젤리 사탕 7만 5000개에 달하는 6만 톤의 선물 자루 적재 가능
NORAD 관계자는 "산타는 아이들이 깊이 잠든 사이 방문한다는 것이 불변의 원칙"이라며 "어린이가 깨어 있으면 산타는 경로를 우회할 수밖에 없으므로 반드시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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