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026년 통화정책 운용의 기본 방향으로 ‘신중한 완화 기조’를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쳐 「2026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발표하고, 기준금리는 물가와 성장 흐름, 금융안정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인하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내년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 근방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환율 상승과 내수 회복세에 따른 상방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을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와 반도체 경기, 내수 회복 속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판단이다.
금융안정에 대한 경계 기조도 유지된다. 한은은 수도권 주택가격 흐름과 가계부채 누증, 환율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주요 리스크로 꼽고 금융·외환시장과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필요 시에는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금융불균형 조기 식별을 위한 선행지표 개발과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 고도화를 지속 추진한다. 비은행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유동성 공급 모의훈련과 시나리오별 비상대응계획 점검도 상시화한다. 외환시장과 관련해서는 정부와의 공조 아래 구조적인 외환수급 불균형 개선 노력을 이어가는 한편, 외환시장 24시간 개장과 역외 원화 사용 규제 정비 등 제도 개선도 지속한다.
대출제도는 금융시스템 안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손질된다. 한국은행은 내년 1월부터 은행이 보유한 대출채권을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긴급여신 지원체계를 도입하고, 평상시에도 대출채권의 적격담보 활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체계를 개편해 중소기업 전반에 대한 신용공급을 지원하는 신규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한다.
통화정책의 파급효과 제고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한은은 정책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경제전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고빈도·비정형 데이터 활용을 확대한다. KOFR(한국무위험지표금리)의 준거금리 정착을 위해 활용도를 높이고, 공개시장운영 수단의 효율성 제고 방안도 검토한다.
지급결제 부문에서는 원화증권의 국제화 흐름에 대응해 인프라 고도화를 추진한다. 한은금융망 운영시간을 연장하고, 24시간 운영되는 역외 원화결제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디지털화폐와 예금 토큰 상용화 기반을 강화할 방침이다.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도 확대된다.
한국은행은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물가안정이라는 법정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동시에 금융안정을 도모하겠다”며 “경제 구조 변화에 대응한 연구·분석을 강화해 중장기 통화정책 운용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로드] 강동준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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