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사람들 발길이 몰리는 이유가 분명한 해돋이 명소들을 모아 소개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연말이 끝자락에 닿을수록 새해를 어디서 시작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첫 해를 볼 자리”를 정하는 일은 그 자체로 한 해의 기분을 고르는 선택이다.
올해도 동해안과 남해안, 그리고 산 정상까지 전국 곳곳에서 해돋이를 기다리는 발걸음이 이어질 전망이다. 새해 첫날을 핑계 삼아 잠깐 마음을 환기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겨울 해돋이 명소를 지역별로 정리했다. 날짜와 행사 세부 일정은 해마다 조금씩 바뀌니 출발 전 지자체 공지나 관광 안내만 확인하면 된다.
간절곶은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라는 상징 하나만으로도 새해 아침의 설렘을 완성하는 장소다. 동쪽 끝으로 길게 뻗은 곶 위에서 태양이 수평선 사이로 올라오는 순간은 늘 같은 장면인데도 사람들의 표정은 매번 새롭다. 주변이 탁 트여 있어 일출을 기다리는 시간도 답답하지 않고 바닷바람이 차갑게 스치면서도 묘하게 정신이 맑아진다.
울산 간절곶 소망 우체통 / 뉴스1
간절곶 해맞이 축제가 열리는 해에는 전야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카운트다운 뒤 바로 첫해를 맞는 흐름을 만들기 좋다. 커다란 소망우체통과 등대 풍경도 간절곶 특유의 디테일이다. 해를 보고 난 뒤 우체통 앞에서 엽서 한 장 적어 넣는 루틴까지 더하면 새해 기분이 더 오래 남는다. 근처 소망길 산책로는 사람 흐름이 분산되는 편이라 해돋이 이후 가볍게 걷기에도 맞는다.
호미곶은 해돋이 그 자체가 행사처럼 굳어진 곳이다.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해와 함께 ‘상생의 손’ 조형물이 화면 안에 들어오는 순간은 포항 해맞이의 상징이 됐다. 손바닥 위로 해가 걸릴 때마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올해는 뭔가 잘될 것 같아” 같은 말을 나누는 풍경도 매년 반복된다.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상생의 손 / 뉴스1
해맞이공원 일대가 넓어 인파가 몰려도 숨통이 트이고 주차나 동선이 비교적 정돈돼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해맞이 축전이 열리면 거리공연이나 소원 이벤트 같은 프로그램이 이어져 밤부터 새벽까지 머물기 좋아 가족 단위 방문이 특히 많다. 해가 오른 뒤에는 인근 구룡포나 영일대 쪽으로 이동해 아침 바다를 이어 즐기는 코스로 묶으면 하루가 자연스럽게 채워진다.
정동진은 “기차에서 내려 바로 바다로 걸어가는 해돋이”라는 경험이 살아 있는 곳이다. 새벽 어둠 속에서도 역 앞 도로를 건너면 곧바로 동해가 펼쳐지고 해가 뜨는 방향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지점이라 첫빛의 체감이 빠르다.
강릉시 정동진에서 태양이 힘차게 뜨고 있다. / 뉴스1
겨울 바다는 파도가 낮게 깔리고 공기가 투명해서 해가 올라오는 선이 또렷하게 보이는 날이 많다. 정동진 해맞이공원과 모래시계공원, 바닷가 산책로가 붙어 있어 한곳에 머물기보다 조금씩 움직이며 다양한 각도로 일출을 담기 좋다.
주변 숙소가 많은 편이라 전날 밤에 체크인하고 새벽에 걸어서 이동하는 동선도 편하다. 해돋이 뒤에는 정동진에서 안목해변이나 주문진 방향으로 이어지는 해변 드라이브가 겨울 여행의 여운을 길게 만들어준다.
추암은 해가 뜨는 지점에 바위 실루엣이 극적으로 붙는 곳이다. 수평선 위에 걸린 붉은 해가 촛대바위 사이로 들어오는 순간은 사진보다 눈으로 봤을 때 훨씬 안정적이고 웅장하다. 해안 산책로가 잘 이어져 있어 첫해를 보고 난 뒤에도 자연스럽게 걷는 흐름이 생긴다.
강원도 동해시 추암해변 앞 바다 수평선위로 첫 태양이 장엄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뉴스1
동해안 해돋이 명소 중에서도 비교적 짧은 동선으로 “일출 감상-해안길 산책-근처 카페에서 쉬기” 루틴이 완성돼 당일치기 코스로도 부담이 적다. 겨울에는 바위에 부딪히는 물안개가 종종 생겨 분위기가 더 깊어지는 날이 있다.
영금정은 바다 위 정자 형태의 전망대라 해가 뜨는 방향을 정면으로 받는다. 새벽엔 방파제와 나무데크 길이 은근히 조용해 “해돋이를 보러 간다”는 목적만큼 “가만히 바다에 기대는 시간”이 생긴다. 해가 올라올 때 바다색이 빠르게 바뀌는 걸 가까이서 보는 느낌이 강하고 바람이 세게 불어도 전망대 자체가 안정적이라 오래 서 있어도 불안하지 않다.
영금정을 찾은 관광객들이 장엄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다. / 뉴스1
해돋이 후에는 중앙시장이나 속초해변 쪽으로 이동해 아침을 먹고 여행을 이어가기 좋다. 인근 대포항이나 외옹치 바다향기로도 곧바로 붙어 겨울 바다 코스를 넓히는 출발점 역할을 한다.
대부분 해돋이 하면 동해안 끝자락을 떠올리지만 도시 가까이에서 새해 첫 빛을 보고 싶다면 오륙도 스카이워크를 추천한다. 스카이워크 위에 서면 발 아래 투명한 바닥 너머로 파도가 바로 보이고 수평선이 도시와 맞닿아 있어 “바다와 도시가 같이 깨어나는 장면”을 한 컷에 담을 수 있다.
해가 뜰 때 멀리 광안대교 쪽 하늘이 함께 밝아지면서 부산 특유의 파노라마가 만들어진다. 새벽에 접근이 편하고 해돋이 뒤에도 이기대 해안산책로로 그대로 이어 걸을 수 있어 커플이나 가벼운 새해 산책 코스로 잘 맞는다.
성산일출봉은 해돋이를 ‘등반’으로 바꾸는 지점이다. 겨울 새벽에 오르는 계단이 쉽진 않지만 정상에 도착해 맞는 첫빛은 확실히 값이 있다.
성산일출봉 인근 해변에서 사람들이 일출을 보며 새해 소망을 빌고 있다. / 뉴스1
분화구 능선을 따라 시야가 열리면서 수평선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구조라 해가 떠오르는 방향을 놓치기 어렵다. 바람이 강한 날이 많아 방한 준비는 필수지만 날씨만 받쳐주면 구름 사이로 해가 솟는 장면이 제주 중에서도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편이다. 일출 후에는 성산과 섭지코지, 우도까지 이어지는 동부 여행 루트를 잡기 좋아 “새해 첫날을 제주 동쪽에서 하루 종일 보내는 코스”로 묶이는 경우가 많다.
바다가 아니라 산에서 해를 맞고 싶다면 한라산이 가장 상징적이다. 백록담 일출은 말 그대로 새해의 ‘정상’ 경험이고 예약과 안전 기준을 맞춰 올라가는 과정 자체가 새해 다짐처럼 작용한다.
한라산 백록담에 관광객들이 해돋이를 지켜보고 있다. / 뉴스1
새벽 산행은 체력 부담이 크니 경험이 적다면 윗세오름이나 영실·어리목 구간의 해돋이 전망대를 노리는 방법도 있다. 눈꽃이 깔린 능선 위로 빛이 퍼질 때는 바다 일출과는 다른 “조용한 장엄함”이 생긴다. 겨울 한라산은 기상이 급변하니 입산 허용 시간과 통제 정보를 꼭 확인하고 장비와 방한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서해라 해돋이 이미지가 약하다고 느끼기 쉬운데 왜목마을은 지형 덕분에 해가 뜨는 방향이 열린 드문 곳이다. 서해 특유의 잔잔한 물결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보는 경험은 동해와 결이 다르고 해가 빠르게 높아지기보다 수평선 위에 오래 머무는 느낌이 있어 여유롭다.
당진 왜목마을 해맞이 인파 / 당진군 제공, 뉴스1
해넘이와 해맞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라는 점 때문에 연말 일정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는 사람이 많다. 마을 규모가 크지 않아 축제 기간에도 동선이 단순하고 새해 아침엔 따뜻한 먹거리 행사나 소원 이벤트가 더해져 가족 방문이 특히 많다.
향일암은 남해안에서 해돋이를 가장 ‘의미 있게’ 즐기는 곳 중 하나다. 암자까지 오르는 길이 산책처럼 이어지고 바다를 내려다보는 방향이 일출과 정확히 맞아떨어져 해가 떠오르는 순간의 집중도가 높다. 새벽 하늘이 밝아질수록 주변 바위와 소나무 실루엣이 함께 살아나면서 절경이 완성된다.
여수 향일암의 새해 여명 / 뉴스1
해맞이 행사 때는 해 돋는 시간을 중심으로 타종이나 소원 기원 같은 프로그램이 이어져 분위기가 단정하게 잡힌다. 일출 후에는 돌산대교와 해안도로를 따라 여수 시내로 내려가 아침 여행을 이어가기 좋다.
해돋이 인파 / 뉴스1
해돋이 명소는 새해 첫날만큼은 풍경보다 “사람이 얼마나 몰리나”가 더 큰 변수다. 유명한 곳일수록 새벽 3~4시부터 주차장이 차고 진입로가 막히는 경우도 흔해서, 일출 시간에 맞춰 움직이면 차 세우는 데서 힘 다 빼고 해를 놓치기 쉽다. 최소 일출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 자리와 동선을 먼저 잡아두는 게 좋다.
또한 해돋이는 꼭 이름난 명소가 아니어도 된다. 집 근처 바닷가나 동네 뒷산처럼 가까운 곳에서 보는 해도 충분히 새해 느낌이 나고 오히려 덜 붐비는 만큼 더 여유 있게 첫빛을 맞을 수 있다.
겨울 새벽 바다는 체감이 훨씬 차갑다. 두꺼운 외투 하나로 버티기보다 기모 이너나 내복처럼 보온층을 깔고 바람막이 겉옷으로 막는 식이 효과적이다. 장갑, 목도리, 귀 덮는 모자 같은 소품이 실전 아이템이고 발이 제일 먼저 식으니 두꺼운 양말이나 핫팩도 챙기면 확 달라진다. 해 뜨기 전까지는 가만히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서 그때 추위가 제일 세게 들어온다. 따뜻한 물이나 보온병 하나 있으면 버티기 훨씬 낫다.
'해돋이 인파' 귀경길 고속도로 정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현장에선 욕심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전망대나 방파제처럼 좁은 구간은 해 뜨기 직전, 직후 사람 흐름이 한 번에 몰리면서 밀림이 생기기 쉽다. 맨 앞자리 욕심내기보다 덜 붐비는 위치에서 여유 있게 보는 게 더 좋고 아이나 노약자와 함께라면 바위 쪽이나 난간 낮은 곳은 처음부터 피하는 게 좋다. 해 보고 내려오는 길 정체도 당연히 생긴다고 생각하고 움직이면 새해 첫날 고생이 훨씬 줄어든다.
어떤 곳을 골라도 겨울 해돋이는 결국 “첫 빛을 기다리는 시간”이 절반이다. 바람과 추위가 있는 만큼 따뜻한 옷차림과 손난로 같은 기본 준비는 필수고, 인파가 몰리는 명소는 대중교통이나 셔틀 정보까지 함께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해가 떠오르는 순간을 직접 마주하고 소원 하나 마음에 얹는 그 짧은 시간이야말로 새해를 여는 기분 좋은 시작이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