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외국인부터 고사리손까지…빨간 냄비 달군 나눔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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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외국인부터 고사리손까지…빨간 냄비 달군 나눔 온기

연합뉴스 2025-12-25 06:5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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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 속 직접 종 울려보니…현금 줄어도 온기는 여전

종을 흔들고 있는 기자(오른쪽)와 구세군 사관학생 정충훈 씨. 종을 흔들고 있는 기자(오른쪽)와 구세군 사관학생 정충훈 씨.

[촬영 구세군 관계자]

(서울=연합뉴스) 이율립 기자 조윤희 수습기자 =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지난 23일 오후 6시께 서울 중구 명동성당 인근. 굵은 비에 체감 온도가 영하 3.8도로 떨어진 가운데 퇴근길 시민들의 발걸음을 잡으려 세차게 종을 흔들었다.

이날 기자는 구세군 빨간 패딩을 입고 '케틀메이트'로서 자선냄비 옆에 섰다. 종을 흔드느라 우산 밖으로 나온 오른팔 소매는 금세 비에 젖어 무거워졌고 신발엔 빗물이 스며 냉기가 찼지만 종소리는 멈출 수 없었다.

추위에 옷깃을 세우고 바삐 걷던 시민들은 명동 일대를 울리는 종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기부로 자선냄비를 데웠다.

겨울을 맞아 하와이에서 서울 친정으로 왔다는 최선경(47)씨는 아들 테런스 리(11)군에게 지폐를 건네며 냄비로 등을 떠밀었다.

최씨는 "어린 시절 추억이 생각나 아들에게 직접 기부해보라고 했다"며 "두 번째로 한국에 방문한 아들에게 기부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지인을 만나러 세종시에서 왔다는 강명희(65)씨는 기부한 뒤 "손주들에게 자선냄비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며 환히 웃으며 구세군 사관학생과 사진을 찍었다.

대부분의 외국인 관광객이 신기한 듯 바라보며 자선냄비를 지나치는 가운데 싱가포르에서 온 추아(55)씨는 "싱가포르에도 구세군이 있다"며 "추운 날씨에 봉사자들의 고생에 비하면 이 기부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지폐를 냄비에 넣었다.

세찬 비를 뚫고 지갑을 열었던 한 여성은 기부한 뒤 다시 돌아와 "고생이 너무 많다"며 기자와 구세군 사관학교 소속 봉사자 손에 단팥빵을 쥐여주기도 했다.

기부 후 구세군 사관학생 서중경씨와 기념사진을 남기는 강명희씨 기부 후 구세군 사관학생 서중경씨와 기념사진을 남기는 강명희씨

[촬영 조윤희 수습기자]

사관학생 서중경(37)씨는 지난주 겪은 특별한 경험을 기자에게 나눴다. 명동 인근 노숙인들에게 사비로 김밥이나 현금을 건네곤 했는데 그중 한 노숙인이 받은 1만원을 냄비에 넣었다는 것이다.

서씨는 "노숙인도 어떻게 보면 소외된 이웃인데 자신에게 큰돈일 수 있는 금액을 기부하는 걸 보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궂은 날씨 탓인지 평소 인산인해를 이루는 명동거리도 이날따라 휑했다. 오후 5시부터 냄비를 봉인한 8시까지 3시간 동안 모금한 사람은 4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이날 기자와 함께 자선냄비를 지킨 사관학생 정충훈(46)씨는 "평소 같으면 1∼2시간에 50명은 오는데 비 때문인지 오늘은 정말 기부자가 적다"며 안타까워했다.

서씨는 "시민들이 우산을 들고 있으니 지갑을 꺼내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라며 "현금 사용자가 줄면서 모금액도 줄어드는 것 같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자선냄비 거리 모금은 오는 31일까지 계속된다. 구세군은 지난해 약 19억원이 모인 데 비춰 올해는 22억8천만원을 목표로 잡았다. 올해부터 NFC(근거리 무선통신) 기반의 기부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구세군 관계자는 "자선냄비 모금은 연말로 갈수록 참여가 집중되는 만큼 이달 말에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리라 기대해본다"고 전했다.

명동성당 앞 구세군 자선냄비에 기부하는 어린이 명동성당 앞 구세군 자선냄비에 기부하는 어린이

[촬영 조윤희 수습기자]

2yulrip@yna.co.kr, yunn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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