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17년의 세월을 이어오며 겨울 바다의 가치를 알려온 ‘제15회 물치항 도루묵 축제’가 강원도 양양 물치항에서 진행된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종료됐다. 이번 축제 기간 물치항에서는 도루묵 요리 시식 외에도 여러 체험 행사가 운영됐다. 특히 도루묵 맨손 잡기 체험은 방문객들이 수산물의 생동감을 직접 확인하는 자리가 됐으며, 즉석 노래자랑과 축하 공연이 행사의 활기를 더했다.
물치리 어촌계는 동해안 대표 어종인 도루묵의 맛을 알리고 물치항을 발전시키기 위해 2009년 첫 회를 시작으로 이 축제를 이어오고 있다.
모래무지과에 속하는 찬물 생선
도루묵은 농어목 모래무지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몸 전체에 비늘이 없어 겉면이 매우 매끄러우며, 옆으로 납작한 형태를 띤다. 주로 수심 200~400m 사이의 깊고 찬 바닷모래 바닥에 머물며 생활한다. 하지만 산란기인 겨울이 되면 알을 낳기에 알맞은 장소를 찾아 수심이 얕은 해조류 군락지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또한 전형적인 찬물 생선으로, 물 온도가 낮은 동해안의 심해 환경에서 주로 자란다. 과거에는 동해 전역에서 흔하게 잡히던 수산물이었으나, 지구 온난화로 인한 바닷물 온도 상승과 기상 변화로 인해 현재는 해마다 어획량의 차이가 크다.
신체 구조를 살펴보면, 큰 입과 돌출된 눈이 특징이다. 이는 모랫바닥에 몸을 숨긴 채 먹이를 찾거나 위협을 감지하는 데 적합한 구조다. 또한 부레가 발달하지 않아 물속에서 떠 있기보다는 바닥에 붙어 지내는 시간이 많다.
점액질로 싸인 수만 개의 알
겨울 도루묵의 가장 큰 특징은 '산란기'를 맞아 뱃속에 가득 찬 알이다. 도루묵알은 점액질로 덮여 있어 서로 끈끈하게 뭉쳐 있는 형태를 띤다. 이는 거친 파도 속에서도 알이 해조류에 잘 달라붙어 생존 확률을 높이려는 생존 방법이다. 산란기에 접어든 도루묵은 떼를 지어 연안으로 들어오는데, 이때 암컷 한 마리가 낳는 알의 수는 수만 개에 이른다. 알들이 해초에 안정적으로 고정되도록 몸에서 점액질을 내뿜어 알 뭉치를 만드는 과정은 도루묵만이 가진 독특한 번식 방식이다.
알의 식감은 다른 생선알과 달리 씹을 때 알갱이가 터지는 느낌이 강하다. 다만 산란이 임박해 알이 너무 커지면 껍질이 단단해져 질기게 느껴질 수 있으므로, 알이 적당히 여문 시기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뼈가 연하고 살이 부드러운 점 또한 도루묵만이 가진 신체적 특징이다.
관용표현 '말짱 도루묵'의 유래
도루묵이라는 명칭의 시작은 조선 시대 선조의 피란 시기와 연결된다. 임진왜란이 일어나 선조가 의주 지역으로 피란을 가던 당시에 식량이 부족해지자 한 백성이 임금에게 물고기를 바쳤다. 주민들 사이에서 '묵'이라 불리던 이 물고기를 매우 맛있게 먹은 선조는 그 자리에서 '은빛이 나는 물고기'라는 의미로 '은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전쟁이 끝나고 한양으로 복귀한 선조는 그 물고기의 맛을 기억해 다시 상에 올리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대궐에서 다시 먹어본 물고기는 예전과 같은 맛이 나지 않았고, 이에 실망한 선조는 은어라는 이름을 취소하고 도로 '묵'이라 부르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이 명령에 따라 원래 이름으로 돌아가게 된 과정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도로 묵'이라고 전해지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시간이 흐르며 언어적인 변화를 거쳐 오늘날 '도루묵'이라는 표준어로 고정되었다. 또한 정성을 들여 추진한 일이 아무런 결과나 이득을 얻지 못한 채 원래의 허탈한 상태로 되돌아갔을 때 사용하는 '말짱 도루묵'이라는 관용적 표현의 시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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