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김현수 기자]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이 사상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에도 일본 내에서는 ‘방심하면 안 된다’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아시아 최강 전력으로 꼽히는 팀은 일본이다. 일본은 아시아 예선 C조에서 7승 2무 1패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일찌감치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압도적인 성적을 바탕으로 한국과 함께 사상 처음으로 포트 2에 배정됐다.
다만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는 ‘죽음의 조’라고 불릴 정도의 상대들과 만나게 됐다. FIFA 랭킹 18위인 일본은, 7위인 네덜란드, 41위인 튀니지와 F조에 편성됐다. 네덜란드와 튀니지는 각각 유럽 예선에서 6승 2무, 아프리카 예선에서 9승 1무를 기록하고 본선 티켓을 따낸 강팀들이다.
남은 한 자리는 유럽 플레이오프(PO) B조에서 우크라이나, 스웨덴, 폴란드, 알바니아 중 한 팀이 본선행 티켓을 두고 경쟁할 예정인데 상술한 팀들도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췄다. 모리야스 감독은 “상대할 팀들이 모두 본선에 와도 이상하지 않다. 굉장히 힘든 조에 들어갔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두터운 선수층을 강점으로 결과를 만들도록 준비하겠다. 높은 레벨의 선수들을 앞세워 경기를 끝까지 가져갈 것이다. 지금의 일본은 그걸 해낼 수 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일본 내에서도 현재 일본 대표팀의 전력을 높이 평가한다. 일본 ‘사카 다이제스트’는 23일(한국시간) “일본 축구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눈부신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뛰는 일본 선수는 80명 안팎에 달하며, 이들만으로도 대표팀을 꾸릴 수 있다. 일본 대표팀이 사상 '최강 전력’이라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정도의 질과 양을 겸비한 해외파는 지금까지 없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자만을 경계했다. 매체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최강’이라는 말에 안주한다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현재 일본 대표팀에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 스페인의 라민 야말,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 노르웨이의 엘링 홀란과 같은 ‘특급 선수’는 없다. 이를 달리 말하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을 노리는 클럽의 확고한 ‘주전급’ 선수가 부족하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버풀의 엔도 와타루, 바이에른 뮌헨의 이토 히로키, 토트넘 홋스퍼의 타카이 코타는 UCL 참가팀 소속이지만, 부상 등의 영향으로 출전 기회는 제한적이다. 스포르팅에서 뛰고 있는 모리타 히데마사와 프랑크푸르트의 도안 리츠도 UCL에서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UCL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릴 수 있었던 AS 모나코의 미나미노 타쿠미는 왼쪽 무릎 부상으로 기세가 꺾였다. 이러한 예시들만 바라봐도 일본은 아직 ‘특급 선수’라는 절대적 영역에 도달한 선수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이러한 자성은 인상적이다. 일본은 사상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에 안주하기보다, 냉정하게 대표팀의 현주소와 한계를 짚고 있다. 해외파 숫자나 소속 리그의 이름값이 아닌, 월드컵 무대에서 실제로 통할 경쟁력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 같은 태도는 한국 축구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몇몇 스타급 해외파에 의존하기보다는 전력의 장단점을 냉정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일본이 자만을 경계하며 스스로를 점검하는 만큼, 한국 역시 전력의 겉모습이 아닌 내실을 다져야 할 시점이다.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