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 대비 1.3원 오른 1484.9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1485.4원까지 상승폭을 확대하며 연고점을 위협했으나,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발언이 전해지자 1460원대 중반까지 수직으로 하락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오전 “지난 1~2주간 일련의 회의를 개최하고 각 부처 및 기관별 담당 조치를 발표해 왔다”며 “이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상황을 정비한 과정이었음을 시장이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강한 수위의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놨다.
다만, 환율은 전날까지 이틀 연속 주간거래 종가가 1480원을 넘어서는 등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어 금융권으로 확산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은행권에 있어 환율 상승은 자본 적정성에 직격탄이 될 수 있어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 상승은 은행의 자본비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은행 보유 자산 중 외화자산 원화환산액과 통화파생거래 신용위험 등이 높아지고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로 이어진다.
RWA가 늘어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은행권에서는 환율이 10원 상승하는 경우 CET1 비율이 통상적으로 1~4bp(0.0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고환율이 은행권 자본비율을 0.2%포인트(p) 끌어내릴 것으로 분석됐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전날 진행된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연말 환율은 금융기관의 자본 비율에 영향을 미친다”며 “연말 환율 수준에 따라 외화 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나면 자본 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위험가중자산, 즉 신용 공급을 줄이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고환율이 주요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주요 금융지주는 CET1 비율 13% 초과분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에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해 왔지만, RWA 증가로 자본비율이 악화되는 경우 이 같은 정책에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 전환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은행권은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내년부터 기업대출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기업대출은 가계대출보다 위험가중치가 높아 RWA를 더욱 키우게 된다. 아울러 내년부터 신규 주담대 취급분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 하한이 15%에서 20%로 상향 조정되며 은행권의 RWA 증가율은 더 높아질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에 고환율 부담까지 더해지는 경우 RWA 부담 가중으로 기업대출 확대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장은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강력한 대응의지가 확인된 만큼, 환율의 방향성이 전환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환율 레벨이 너무 한쪽으로 쏠려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있던 가운데 정부의 대책에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하면 시장이 따라서 움직일 수 있다”며 "연말 1450원 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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