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GDP)이 시장 예상치를 웃돈 것은 고소득층이 소비를 늘리고 인공지능(AI) 기업이 투자를 확대한 덕분이라고 2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앞서 미 상무부는 3분기 GDP 증가율 잠정치가 연율 기준 4.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직전 분기(2분기) 성장률인 3.8%는 물론,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3.2%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인상과 이민 제한 조치 등을 이유로 경제 비관론이 우세했다.
골드만삭스는 올 봄 두 차례에 걸쳐 경기 침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도 지난 4월 "관세 정책이 경기 침체를 초래할지는 불확실하지만 성장 속도를 늦출 것은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제조업 호황에서 비롯된 성장 아냐"
WSJ는 3분기 예상 밖 성장세에 대해 "미국 경제 성장은 트럼프가 약속했던 제조업 호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주식 시장 호황에 힘입어 소비 심리가 고조된 고소득층과 연간 약 41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인공지능(AI) 분야 데이터센터 구축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높은 물가와 고용시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상위 계층이 소비를 이어갔고, 막대한 AI기업 투자가 경제 성장을 뒷받침했다는 해설이다.
실제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가계 소비와 AI기업 투자는 3분기 GDP의 거의 70%를 차지했다고 RSM 경제학자들은 보고 있다.
소비는 특히 상위 10% 계층에서 가장 활발했고, 이들이 전체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기업들의 AI 투자 역시 크게 늘었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의 AI 투자액은 올해 3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 2460억 달러에서 약 30% 증가한 규모다.
◆깜짝 4.3% 성적에도 불안…경기 위험 경고
3분기 GDP 증가율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월마트 실적 등을 보면 저소득층 고객들은 이미 소비를 줄이며 압박 받고 있다. 고소득층 역시 주식 시장이나 주택 시장이 침체될 경우 소비 위축이 불가피할 수 있다.
3분기 소비가 증가한 것도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 상승을 앞두고 소비를 서둘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질 가처분 소득은 물가를 물가를 반영하면 사실상 정체됐고, 개인저축률은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1월 실업률이 4.6%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수석 경제학자 라이언 스위트는 "현재 상황은 고용시장이 침체된 '고용 없는 경기확장'"이라며 "노동시장은 경기 침체를 막아주는 주요 방어벽이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은 경제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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