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범행 중단 기회 있었는데 반복 시도" 징역 7년 유지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금융투자 사기업체를 믿고 투자자들을 모집했다가 뒤늦게 사기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동반자살을 꾀했으나 홀로 살아남은 50대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는 24일 A(59)씨의 촉탁살인 혐의 사건 선고공판에서 검사와 A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범행을 중단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반복적인 시도를 통해 완수하기에 이르러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촉탁 과정을 보면, 피해자가 극도의 불안과 절망에 빠지게 된 데에는 피고인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의 유가족이 심대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며,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현재까지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A씨가 수사기관에 자수한 사정과 범행 후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극도의 절망 상태에 빠져 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하면 원심의 양형은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A씨는 지난 4월 설악산 국립공원 인근에서 사업 관계에 있던 B(65·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 4월 24일 자정 강릉경찰서를 방문해 "열흘 전 속초시 설악산국립공원 둘레길 인근에서 B씨를 살해했다"며 자수했다.
A씨를 긴급체포한 경찰은 같은 날 오전 6시 58분께 설악산 둘레길 인근 인적이 드문 곳에서 B씨 시신을 발견했다.
A씨는 "함께 하던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강릉, 속초 등 동해안 지역을 돌아다녔다"며 "여성을 살해한 뒤 뒤이어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이들이 손댄 사업은 '글로벌골드필드'라는 업체의 투자사기였다.
외국계 기업의 한국지사로 가장한 글로벌골드필드는 수익을 보장한다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친환경 사업 등에 투자를 유도했고, 지인으로부터 글로벌골드필드를 소개받아 사업에 투자했던 A씨는 B씨에게도 사업을 소개해 함께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그러나 사업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뒤늦게 사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두 사람은 투자자들에 대한 죄책감 등으로 인해 동반자살을 꾀했고, A씨는 설악산에서 B씨를 살해하고 홀로 살아남았다.
한편 글로벌골드필드 대표 정모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내년 1월 7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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