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이어지는 겨울에는 장바구니부터 무거워진다. 난방비와 식비가 함께 부담으로 다가오는 시기다. 마트 채소 코너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가격표부터 살핀다. 상추를 집으려다 손이 멈추는 순간도 잦다. 그런데 요즘은 계산대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기보다 메뉴 선택을 바꾸게 만드는 채소가 있다. 바로 '부추'다.
유통 현장에서는 겨울 들어 채소류 가격이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있다. 지난 22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가격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거래 상위 22개 농산물 가운데 12개 품목 가격이 1주일 전보다 내려갔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부추' 하락 폭이 눈에 띈다. 짧은 기간 사이 가격이 40% 넘게 떨어지며 장바구니 부담이 크게 줄었다. 마트 채소 코너에서 망설임 없이 집어 들 수 있는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말이 나온다.
일주일 새 눈에 띄게 내려간 채소값
부추 가격이 빠르게 내려간 배경에는 공급량 변화가 있다. 겨울 초입까지 큰 추위가 길게 이어지지 않으면서 생육 환경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시설 재배 비중이 높은 부추 특성상 출하 물량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됐고, 여러 산지에서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렸다. 경기 양평과 이천을 비롯해 경북과 경남 일부 지역에서도 출하 시기가 겹치며 도매 단계 가격이 먼저 내려갔다.
소비 습관도 영향을 줬다. 김장철이 지나면서 배추와 무 중심이던 수요가 줄었고, 잎채소 전반에 대한 소비가 잠시 주춤했다. 이 과정에서 부추 역시 도매 시장에서 거래 속도가 느려졌고, 가격 조정이 이뤄졌다. 도매가격 하락은 소매 가격에 비교적 빠르게 반영됐다. 그 결과 마트와 재래시장 모두에서 체감 가격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오래전 기록에도 남은 부추 이야기
부추는 동남아시아가 원산으로 알려진 여러해살이풀이다. 한 번 뿌리를 내리면 해마다 새잎이 올라온다. 자라나는 모습이 머리카락처럼 이어진다고 해서 예로부터 비슷한 비유가 쓰였다. 특유의 향은 유황 성분에서 나온다. 이 향 덕분에 기름진 음식과 함께 먹을 때 입안이 정리된다.
옛 기록에서도 부추는 자주 언급된다. 성질이 따뜻하고 매운맛을 지닌 채소로 분류됐고, 추운 계절에 기운이 떨어졌을 때 먹는 식재료로 여겨졌다. 이런 인식에서 한자명으로 기양초, 장양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부추 씨앗은 구자라는 이름으로 따로 불리며 약재로 쓰였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민간에서도 부추는 몸을 데워주는 채소로 알려졌다. 속이 차가울 때나 소화가 더딜 때 먹기도 했다. 겨울철 보양 음식에 빠지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불가에서는 수행에 방해가 된다며 멀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노동력이 많이 필요했던 시절, 힘을 보태는 식재료로 쓰였다는 설명도 함께 따라온다.
부추전부터 볶음까지 쓰임새 넓은 채소
부추 요리는 생각보다 폭이 넓다. 가장 익숙한 부추전은 겨울에도 자주 올라오는 메뉴다. 밀가루 반죽에 부추와 고추를 넣고 얇게 부치면 향이 살아난다. 김이 오르는 전 한 장만으로도 식탁 분위기가 달라진다. 잡채에 넣으면 색감이 또렷해지고, 만두소에 섞으면 속이 촉촉해진다.
돼지고기와 함께 먹는 조합도 흔하다. 기름진 맛을 부추 향이 정리해 준다는 이유에서다. 국밥 위에 부추무침을 얹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볶음 요리에서도 쓰임이 많다. 새우나 닭고기, 두부와 함께 빠르게 볶아내면 겨울 반찬으로 손색없다.
죽으로 끓일 때는 순서를 조절한다. 쌀을 충분히 끓인 뒤 마지막에 썰어 넣어 살짝 익힌다. 향이 지나치게 날아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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