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해, 나토 vs 러시아 새로운 ‘전장’으로 변모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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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나토 vs 러시아 새로운 ‘전장’으로 변모중"

이데일리 2025-12-24 09:56: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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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발트해가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새로운 전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사진=AFP)


◇폴란드, 발트해 방어 위해 A26 도입·영해밖 무력사용 허용

23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지난달 26일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28억달러(약 4조 1500억원)를 들여 스웨덴 사브(Saab)가 제작한 ‘A26’ 잠수함 3척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폴란드 해군이 보유한 잠수함은 노후한 옛 소련제 잠수함 1척이 사실상 전부다.

A26은 물이 탁한 발트해에서 전개되는 새로운 냉전 상황을 고려하면 ‘가격 대비 효율’이 뛰어난 무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길이 66m에 불과한 이 잠수함은 러시아의 핵추진 잠수함과 비교하면 작은 편이지만, 스텔스 기능과 감시 능력이 이를 보완한다. 또 선수(뱃머리)에 설치된 포털을 통해 해저로 수중 드론, 각종 센서, 잠수요원 등을 투입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폴란드는 또 지난달 의회에서 영해 밖에서도 중요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해 해군 무력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폴란드뿐 아니라 나토에 속한 다른 발트해 연안 국가들도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대비해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수중 음향 센서·A26 잠수함·무인 수중기(UUV) 등 신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올해 초부터 발트해 순찰도 강화했다. 하지만 순찰을 강화해도 유엔해양법협약상 국제해협 통행권이 보장되는 만큼 마음대로 의심 선박에 승선해 수색할 권한이 없다.

A26 프로젝트는 일정이 지연됐다. 스웨덴 해군의 A26 2척 인도 시기가 2022년에서 2031년으로 미뤄졌고, 폴란드도 새 잠수함 3척을 2030년 이후에나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발트해의 지리적 특성상 통합 감시 체계 구축까지는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에스토니아는 러시아 그림자 선단 소속 탱커의 발트해 통과를 아예 차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지만 이는 국제법 위반 소지가 크다. 러시아가 해상 원유 수출의 60%를 발트해 항로에 의존하는 만큼 덴마크 해협 통과를 막으면 사실상의 ‘전쟁 행위’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덴마크는 지난 10월부터 북해와 발트해를 잇는 스카겐 정박지에서 탱커 선박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는 등 기술 기준 미달 선박의 입항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진단이다.

각국이 발트해에서의 대응을 강화하는 것은 이 지역에 통신·에너지 인프라가 빼곡히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발틱커넥터’, 노르웨이에서 폴란드로 가스를 보내는 ‘발틱 파이프’가 대표적이다. 해저에도 통신 케이블과 전력 케이블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수면 위에는 덴마크·독일 연안에 수백기의 해상 풍력 터빈이 서 있고, 폴란드 앞바다에도 새로운 풍력단지가 지어지고 있다. 발트해 연안에는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이 10곳 위치해 있고, 2곳이 추가 건설 중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폴란드는 발트해 수면 위와 수면 아래를 감시하는 일이 곧 국가안보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끊임없는 도발…2023년 이후 사보타주 11건

표면적으로만 보면 발트해 9개 연안국 가운데 러시아를 뺀 모든 나라가 나토 회원국이어서 해군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여전히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3년 이후 발트해 인프라를 겨냥한 사보타주(파괴·공작) 사례가 최소 11건 보고됐다. 이 중 상당수가 러시아 ‘그림자 선단’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심각한 사례는 발틱커넥터 파이프라인과 핀란드·에스토니아를 잇는 해저 전력 케이블이 파손된 사건으로, 선박들이 닻을 끌며 해저를 지나가며 설비를 훼손한 것으로 보인다. 두 인프라 모두 복구에만 수개월이 소요됐다.

해상 위에서도 지난 9월 러시아와 연관된 선박에서 띄운 것으로 보이는 드론이 덴마크 공항 상공에서 수차례 목격됐다. 이후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잇따랐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공격’이다.

러시아는 최근 공개적인 도발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초 덴마크 국방정보기관은 러시아 군함들이 덴마크 해군 함정과 헬리콥터를 향해 무기를 조준한 채 덴마크 선박 쪽으로 방향을 틀어 마치 충돌을 시도하듯 움직였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공격 의도나 개입 사실 등을 부인하고 있지만, 나토의 집단방위 조항(5조)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각 회원국이 실제 충돌을 감수할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떠보고 있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러, 나토 떠보는 중…추가 위협·도발 더 늘어날듯”

문제는 러시아의 위협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독일·덴마크·스웨덴·핀란드가 발트해에 추가로 건설중인 해상 풍력단지가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폴란드는 특히 취약한 상황이다. 에너지 수입의 거의 절반을 발트해 파이프라인과 항만에 의존하고 있고 그 비중도 더 커질 전망이다. 폴란드는 2040년까지 해상 풍력과 신규 LNG 터미널에만 1000억달러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2036년 가동을 목표로 한 폴란드 첫 원자력발전소도 해안에서 2km가 채 안 되는 내륙에 지어질 예정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발트해 내 프로젝트 상당수가 러시아 위협이 아직 추상적이던 시기에 기획됐다. 현재 각국 정부는 뒤늦게라도 보호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과제”라고 짚었다.

그나마 하늘과 수면 위 선박은 레이더와 위성을 통해 추적할 수 있지만, 수면 아래는 기존 감시 기술 대부분이 음파에 의존해 발트해 환경에 부적합하다. 수심이 얕고 선박 통항이 빈번해 수중 활동을 가린다. 염분 농도 변화도 심해 음파 전달이 왜곡되기 쉽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입장에선 해저가 하이브리드 공격에 이상적인 무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발트해 연안국들의 대응은 대부분 사후적이지만, 비용 측면에선 방어에 대한 투자가 더 효율적이란 의견도 나온다. 싱크탱크 랜드는 “해저 통신 케이블 복구에는 하루 2400만유로, 가스 파이프라인은 7500만유로가 든다”며 “복구에 수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잠수함 몇 척과 감시 체계 구축이 오히려 더 ‘값싼 투자’”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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