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가의 새로운 수장,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의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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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가의 새로운 수장,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의 비전

바자 2025-12-24 08:00:04 신고


THE HEARTBEAT


지난 파리 패션위크,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Pierpaolo Piccioli)가 발렌시아가에게 보내는 첫 번째 러브레터를 공개했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에 대한 존경이 담긴 동시에 지극히 피치올리다운 발렌시아가의 데뷔 컬렉션. 피날레가 끝나고 멈출 줄 모르던 박수갈채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그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 가슴 뛰는 순간에 느꼈을 감정을 들어보았다.


발렌시아가의 새로운 수장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
발렌시아가의 새로운 수장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

하퍼스 바자 발렌시아가에서의 성공적인 안착을 축하한다. 하우스의 입성 과정이 궁금하다, 어떤 계기인가?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이하 피치올리)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나의 삶과 커리어를 통해 겪은 모든 경험이 마치 운명처럼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는 거다. 예를 들어 지난 2018년 봄,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며 첫 게시물로 올린 사진이 1967년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웨딩드레스였다. 그리고 이 드레스는 이후 멧 갈라 «천상의 몸(Heavenly Bodies)» 전시 기간 동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클로이스터스(Cloisters)에 다른 디자이너들의 작품들과 함께 전시되었다. 모든 드레스가 훌륭했지만 발렌시아가 룩은 디자인, 패션, 오트 쿠튀르 그리고 자기 표현 등 나의 작업에 있어 중요한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담은 피스였다. 이러한 부분들이 지금 생각하면 우연보다는 필연적으로 다가온다.

하퍼스 바자 이곳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피치올리 두 가지를 했다. 첫 번째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어촌 마을이자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고향인 게타리아(Getaria)로 일종의 순례를 다녀온 것. 그곳에서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박물관을 방문했는데 그의 작품을 다룬 상설 전시가 훌륭했다. 이어 파리의 교외 르 부르제(Le Bourget)에 있는 발렌시아가 아카이브로 가서 5일 동안 머물렀다. 매우 특별한 시간이었다.

하퍼스 바자 유서 깊은 브랜드에서의 시작은 큰 부담일 것 같다. 방대한 아카이브는 디자이너에게 어떤 의미인가?

피치올리 발렌시아가의 아카이브는 정보와 연구 자료가 방대하다. 단순히 오래되고 향수 어린 것이 아닌,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실제적이고 구체적이다. 발렌시아가의 아카이브는 패션 역사를 형성하고, 더 나아가 현대 패션의 기준을 정립한 위대한 작업들이다. 하지만 이런 자료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면 가장 중요한 측면, 즉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가 의상을 제작할 때 사용했던 논리와 방법론을 놓칠 위험이 있었다. 그의 작업들은 치밀하게 디자인, 즉 설계되었고 모든 디테일에는 명확한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헤리티지란 잘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할 양날의 검과도 같다.

하퍼스 바자 쇼 초대장으로 심장박동 소리를 넣은 카세트테이프와 워크맨을 준비했다. 첫 데뷔 컬렉션의 타이틀인 ‘The Heartbeat’도 흥미롭다.

피치올리 발렌시아가 팀은 이번 컬렉션을 위해 약 8주 동안 함께 작업했다. 강렬하고 도전적인 시간이었지만 아름다운 경험이기도 했다. 수많은 날을 보내며 서로 논쟁하고, 타협하며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발렌시아가에 대한 사랑이다. 우리 각자는 리듬, 속도, 감정 면에서 서로 다른 심장박동을 가지고 있지만, 컬렉션을 준비하는 메종 안에서는 하나의 심장으로 뛰었다.




하퍼스 바자 이번 2026 S/S 컬렉션 중 가장 ‘발렌시아가다운’ 디테일은 무엇인가?

피치올리 ‘삭(Sac)’ 드레스 특유의 실루엣은 누가 봐도 발렌시아가 스타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모양이 아니라 더 깊고 미묘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는 항상 몸과 옷 사이에 충분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이러한 섬세한 배려는 아름다운 실루엣과 함께 그의 디자인을 입는 여성 모두에게 편안함과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하퍼스 바자 그렇다면 가장 ‘피치올리다운’ 디테일은?

피치올리 굳이 뽑자면, 다채로운 컬러와 포켓. 나는 이번 컬렉션 모든 피스에 주머니를 만들었다.(웃음)

하퍼스 바자 1957년, 등장과 동시에 패션의 문법을 바꿨던 발렌시아가의 ‘삭’ 드레스를 재해석하며 쇼를 시작했다. 이후 벌룬과 트라페즈 라인, 네오-가자르(neo-gazar) 소재 등이 어우러지며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가 구축한 우아한 조형예술의 세계가 변주되어 등장했다. 그에 대한 존경심이 느껴졌다.

피치올리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작업이 비할 데 없이 아름답고 위대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는 현대 패션의 토대를 마련하고 오트 쿠튀르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했다. 그리고 그가 가진 작업 기술은 경이로울 정도다.

하퍼스 바자 거대한 버그아이 선글라스와 이마를 가린 크리스털 장식 헤드피스 그리고 플랫폼 플립플롭 등 우아함 속에 깃든 유니크한 액세서리도 돋보인다.

피치올리 액세서리는 컬렉션 전체의 분위기를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다. 이번 시즌에는 발렌시아가 특유의 대담한 태도를 반영한 액세서리를 디자인했다.

하퍼스 바자 1997년부터 2012년까지 발렌시아가를 맡았던 니콜라 제스키에르와 바로 직전의 아티스틱 디렉터 뎀나가 선보였던 디자인에 대한 오마주도 눈에 띄었는데, 어떤 의도였는지 궁금하다.

피치올리 앞서 발렌시아가를 이끌던 디자이너들의 작업과 업적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과거를 알지 못하면 미래를 상상할 수 없듯 그들은 브랜드의 현대적인 비전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모두가 같은 책의 각기 다른 장을 채우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하퍼스 바자 영국 서식스 공작부인 메건 마클이 쇼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이자벨 위페르를 비롯한 배우들과 많은 셀럽들도 참석했는데 앞으로 발렌시아가를 대표할 셀러브리티, 아이콘 혹은 뮤즈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피치올리 중요한 것은 진정한 소통을 통해 관계를 맺는 것이다. 단순히 패션만이 아닌 브랜드의 가치와 포용성, 다양성, 문화, 예술 등 우리가 믿는 모든 것을 함께 나누며 대표하는 사람들 말이다. 우리는 혁신과 대담한 관점을 추구하기에.

하퍼스 바자 개인적으로 몇몇 당신의 쇼에 참석하며 느낀 점 중 하나는, 아름다운 컬렉션 피스에 인상적인 쇼음악이 어우러져 감동을 더욱 배가시킨다는 것. 이번 시즌 역시 로린 힐의 ‘Can’t Take My Eyes Off You’나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은 첫 데뷔 쇼를 위한 완벽한 선곡이었다. 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듯한데, 쇼음악을 정할 때 당신만의 원칙이 있는가.

피치올리 음악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느끼며 어떠한 감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그리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순간을 위해서는 모든 감각을 자극해야 한다. 우리의 쇼는 짧지만 그 여운은 오래 지속될 수 있기에, 컬렉션 음악을 선택하는 것은 내게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퍼스 바자 당신의 오트 쿠튀르 팬으로서, 다가올 2026 S/S 시즌 발렌시아가의 첫 오트 쿠튀르 컬렉션도 기대 중이다. 그 방향성에 대하여, 〈바자〉 코리아 독자들을 위해 살짝 귀띔해줄 수 있는가.

피치올리 힌트를 주기에는 아직 몇 차례 미팅을 거친, 아이디어일 뿐이다. 열심히 기획 중이니 많이 기대해달라.

하퍼스 바자 K팝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K-컬처가 주목받고 있다. 혹시 한국의 문화와 패션에도 관심이 있는가, 서울을 방문할 계획은?

피치올리 많은 이들처럼 K-드라마와 영화들을 알고 있다. 최근 이 분야에서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 것도. 빠른 시일 내 서울도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

하퍼스 바자 이제 곧 홀리데이 기간이다. 특별한 계획은 있는가?

피치올리 집에서 가족과 함께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솔직히 말하자면 항상 제일 기대하고 원하는 부분이다.

하퍼스 바자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피치올리 성격상 스트레스를 잘 받는 편이 아니다. 가끔 생각이 너무 많긴 하지만, 창작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예전보다 휠씬 스트레스를 덜 받고, 더욱 직관적으로 작업하게 됐다.

하퍼스 바자 지난 7월, 발렌시아가에 새롭게 합류하며 함께 일하는 모든 이들에게 진심 어린 편지를 보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당신의 따스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는데, 피치올리에게 패션과 일 그리고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피치올리 좋은 질문이다. 패션은 개인의 가치관과 생각을 전달하는 중요한 소통 수단이다. 시각적인 것은 무엇이든 즉각적인 힘을 지닌다. 잘 찍은 단 한 장의 이미지만으로도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고,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일과 삶 모든 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 있고 명확하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퍼스 바자 마지막 질문이다. 지금 현재 당신의 심장을 가장 뛰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피치올리 언제나 그렇듯 나의 삶 그 자체.









패션은 개인의 가치관과 생각을 전달하는 중요한 소통 수단이다. 시각적인 것은 무엇이든 즉각적인 힘을 지닌다. 잘 찍은 단 한 장의 이미지만으로도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고,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일과 삶 모든 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 있고 명확하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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