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현장의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건설 노동자들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 건설사들은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고령 근로자 채용을 꺼리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의사소통이 문제다. 수주가 거의 없는 가운데 건설 기술인 인건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폐업을 선택하는 건설사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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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국건설기술인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재직 중인 건설 기술인은 74만1443명으로, 이 중 50대 이상이 44만1916명(59.6%)에 달했다. 반면 30대 이하 비중은 16.5%에 불과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협력업체를 보면 40대 이하 현장직 직원이 거의 없다”며 “회사에서는 고령 근로자의 경우 대응이 느려 사고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채용을 꺼리지만, 그렇다고 젊은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령 근로자 채용 시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사망 등 중대 안전사고 발생 시 과징금을 연 매출의 3%까지 부과하거나 최대 1년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내용을 담은 ‘건설안전특별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23년 건설업 사망사고자 가운데 55세 이상 고령 근로자 비중은 66.9%에 달했다.
김충권 한국건설연구원 부원장은 10월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간한 ‘건설정책저널’ 기고문에서 “정부가 건설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청년층 유입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며 “오지 근무가 많은 직업군인을 벤치마킹해 건설 근로자에게 깨끗한 숙소 제공, 교통비 할인, 면세 생필품 공급, 오지 수당 신설 등 실질적인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인력난 속에 건설 기술인 확보 역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술인이 워낙 부족하다”며 “과거에는 월 400만원 수준이면 채용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600만~700만원까지 몸값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인 인건비가 2배 가까이 오르면서 원가 상승 압박이 커지는 등 업계 전반이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업을 유지하려면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건설 기술인 5명을 확보해야 한다. 일정 기간 내 자본금, 사무실, 기술인 등 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건설업 등록이 말소되며, 말소 후 1년 6개월이 지나야 재등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부 건설사들은 수주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될 경우 차라리 자진 폐업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기술인 5명의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료 등 고정비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수주가 막히면 폐업 신고를 선택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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