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허지웅이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를 둘러싼 극단적인 평가에 대해 소신을 밝혔다. 그는 콘텐츠 소비 방식이 바뀐 시대에서 관객의 태도와 비판의 논리에 대해 날 선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허지웅은 지난 22일 자신의 개인 계정을 통해 “종종 영화 평론을 왜 그만두었냐는 질문을 받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대개는 웃고 넘겼지만, 언젠가는 정리하고 지나가야겠다고 생각해왔다. 오늘이 그날인 것 같다”고 적었다.
그는 영화 ‘유전’을 언급하며 과거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허지웅은 “지금의 ‘유전’은 호평 일색이지만, 개봉 당시에는 개연성과 핍진성이 최악인 졸작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며 “도대체 이 영화에 어떤 불만이 있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중의 생각과 내가 이 정도로 괴리돼 있다면, 내가 그만두는 게 맞다고 판단해 영화에 관한 직업적인 글쓰기를 완전히 그만두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대홍수' 예고 영상 캡처 / 유튜브 'Netflix Korea 넷플릭스 코리아'
그는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를 둘러싼 반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허지웅은 “현재 이 작품은 평가가 극과 극을 오가고 있다”며 “정말 과도하게 욕을 먹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작하자마자 관객의 도파민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콘텐츠는 곧바로 외면당하고, 그에 따른 저주를 감당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허지웅은 콘텐츠 소비 환경의 변화도 짚었다. 그는 “25년 전에는 어렵게 찾아야 했던 영화들을 이제는 클릭 몇 번이면 볼 수 있다”며 “이제 사람들은 이야기의 비용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런 세대가 자초한 결핍에 대해 오히려 고소하다고 느낀다”며 “이야기의 비용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결국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영화 '대홍수' 예고 영상 캡처 / 유튜브 'Netflix Korea 넷플릭스 코리아'
그는 “‘대홍수’가 그렇게까지 매도돼야 할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도파민을 즉각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콘텐츠를 저주하는 것을 권리처럼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주를 선택했다면 최소한 그에 걸맞은 논리는 갖춰야 한다”며 “나는 이야기가 싫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조리 있는 논리를 세우는 장면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허지웅의 발언 이후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신선하고 재밌게 봤는데 저평가되는 분위기가 아쉬웠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몰입감은 확실했다”, “올해 본 영화 중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등 공감의 목소리를 냈다.
허지웅 인스타그램
한편 ‘대홍수’는 지난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대홍수가 덮친 지구의 마지막 날을 배경으로 한다. 물에 잠겨가는 아파트에서 인류의 생존을 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SF 재난 블록버스터로, 공개 직후부터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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