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주택시장에서 '국민평형'이라 불릴 정도로 59㎡~84㎡ 면적의 중소형 아파트가 선호되면서 중대형 아파트가 외면받고 있다.
과거에는 집의 면적이 클수록 가격이 높은 게 당연했지만, 최근에는 30평대 아파트가 40평대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전용면적 102~135㎡에 해당하는 서울 40평형대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 8월 기준 19억234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집값 조정기였던 2년 전 16억219만원 대비 약 20%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전용 85~102㎡인 30평대 중후반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16억4197만원에서 21억1048만원으로 28% 이상 오르며 훨씬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40평대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최근에는 30평대와 40평대 아파트 간 가격 차이가 빠르게 좁혀지면서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더 큰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성동구 하왕십리동에 위치한 ‘텐즈힐1차’는 전용 84㎡(33평형)는 지난달 22억원에 거래됐지만, 전용 129㎡(48평형)는 지난 10월 21억원에 손바뀜됐다.
면적 차이가 약 1.5배임에도 가격은 오히려 비슷한 수준에 형성된 것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두 평형 간 매매가 격차가 4억~5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차이가 매우 좁아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를 평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84㎡는 3.3㎡당 약 6670만원이지만 129㎡는 약 4380만원으로 계산되는데 이러한 현상은 신축보다는 구축 아파트에서 더 자주 관찰되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 가격 눌려 있는 시점일 수도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을 ‘작은 집은 과열, 큰 집은 상대적 저평가’ 국면으로 진단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라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중대형 주택으로 이동하기에 나쁘지 않은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흐름 측면에서도 중대형의 반등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이 나온다. 통상 아파트 시장에서는 소형과 중형이 먼저 오르고 이후 대형이 뒤따르는 경향이 있다. 현재처럼 40평대 가격이 눌려 있는 시점이 상승 국면의 초입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서울에서는 40평대 아파트 공급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희소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실제로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 전용 101~135㎡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초 9.9%에서 7월 13.2%로 상승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135㎡가 넘는 초대형 면적은 원래 고자산가 중심 시장이라 그들만의 리그다. 하지만 중대형은 대출 규제와 가격 부담이 겹치며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실속 있는 중소형으로 수요가 쏠린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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