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원인 단백질 초음파 분해 가능성 제시…쥐 모델서 효과 확인

• 약물이나 항체를 사용하지 않고 초음파의 물리적 에너지를 활용해 알츠하이머병의 병리 단백질 응집체를 줄일 수 있다는 전임상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번 성과는 동물 실험과 시험관 실험을 통해 확인된 것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효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김재호 교수 연구팀은 저강도 집속초음파(Low Intensity Focused Ultrasound, LIFU)를 활용해 알츠하이머병 마우스 모델의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Aβ) 응집체가 감소하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연세대학교 연구진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뇌에 과도하게 축적되며 발생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다. 이 단백질들이 서로 엉겨 형성한 응집체와 플라크는 신경세포 기능 저하와 세포 손상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응집체 가운데 올리고머 형태는 독성이 강해 최근 연구에서 주요 병리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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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강도 집속초음파를 적용한 알츠하이머병 쥐 모델에서 뇌 조직 내 아밀로이드 플라크 감소(좌)와 혈중 Aβ42 농도 증가(우)가 관찰됐다. /이미지 제공=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연구팀은 기존 약물·항체 치료와 달리, 초음파의 기계적 진동 에너지를 특정 부위에 집중시켜 단백질 응집 구조를 물리적으로 붕괴시키는 접근법에 주목했다. 시험관 실험에서 합성한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에 초음파를 조사한 결과, 섬유성 구조는 최대 약 62% 감소했고, 독성이 강한 올리고머 형태는 최대 약 6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특정 실험 조건에서 측정된 최대 감소율이다.

  알츠하이머병 마우스 모델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뇌 조직 내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양과 크기가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특히 초음파 처리 이후 혈중 아밀로이드 농도가 약 66% 증가했는데, 연구팀은 이를 뇌에서 구조가 붕괴한 단백질이 혈류를 통해 제거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했다.

  또한 초음파로 처리한 아밀로이드 응집체를 인간 유래 신경모세포주(SH-SY5Y)에 투여한 결과, 처리하지 않은 응집체를 투여했을 때보다 세포 생존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초음파 처리로 응집체의 구조와 독성이 완화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재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약물 없이 초음파의 물리적 에너지만으로 병리적 단백질 응집체를 줄일  가능성을 전임상 단계에서 확인한 것”이라며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퇴행성 뇌질환 연구에서 비침습적 접근 전략의 하나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사람 대상 치료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두개골 투과 특성, 반복 조사에 따른 안전성, 임상 효과를 검증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E급 국제학술지 Theranostics에 게재됐으며,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선정하는 ‘한국을 빛낸 사람들(한빛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 김정아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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