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조(落照)는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성찰의 시간이다.
인천 강화도의 일몰은 그 고유한 역사성 때문에 더 특별하다. 그래서 ‘해는 바다 서편에 붉게 잠기고 천년 왕조의 그림자는 갯벌 위에 길게 누웠다’는 표현이 나온다. 하물며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세모의 낙조야 오죽할까.
강화도는 벌판, 바다, 갯벌, 산 어느 곳에서나 다양한 질감의 아름다운 석양을 만날 수 있다. 전국 제일의 낙조 조망지다.
연말을 맞아 강화의 장엄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최상의 포인트를 추천한다.
◇장화리 낙조마을
화도면 장화리는 강화의 으뜸가는 낙조 명소다.
갯벌 너머로 하늘과 바다가 붉게 어우러지며 황홀한 광경을 선사한다. 앞 바다의 솔섬을 중심으로 구도를 잡고 오메가 형상의 일몰을 포착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2012년 낙조마을 테마공원을 조성하고 제방 위에 일몰조망대를 설치하면서 숱한 해넘이객들의 발길이 잦다.
부근에 북일곶돈대가 위치하며 팬션 등 숙박시설도 많이 들어서있다.
◇적석사 낙조대
고려산 자락에 위치한 적석사는 다섯 개의 꽃잎이 떨어진 곳에 절을 지었다는 창건 설화를 지니고 있다.
적석사 낙조대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산과 바다 그리고 섬들을 아우른다. 강화 낙조의 또다른 진면목을 감상하는 명소다.
적석사 낙조는 그래서 강화8경의 하나로도 꼽힌다. 유서깊은 고찰에서 세모의 지는 해를 바라보는 감회도 이색적이다.
◇동막해변 분오리돈대
동막해변 언덕의 분오리돈대도 빼놓을 수 없는 해넘이 명소다.
일망무제의 바다 위로 드리우는 처연한 석양이 초승달 모양을 지닌 돈대의 오랜 역사를 품고 황홀한 여운을 남긴다.
해가 바다에 닿는 순간, 어디가 하늘이고 바다인지 모호한 색의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한 해가 오가는 낮과 밤의 경계에 걸린 붉은 해가 무아지경이다. 동막해변에는 각종 식당과 숙박시설이 즐비하다.
◇석모도 민머루해변
석모도의 민머루해변 부근도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여름에는 해수욕장 피서객으로 붐비지만 겨울이 되면 고즈넉한 여백이 좋다.
내려놓아야 할 묵은 감정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하루 머물렀다 가고 싶은 곳이다.
민머루해변의 겨울 낙조는 그런 묘미가 있다.
석모도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하기에도 좋고, 보문사 눈썹바위 마애불상에 내려앉는 황혼도 놓치기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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