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 카드사들의 카드론 금리 운용이 신용 구간별로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카드론 전반의 흐름과 달리, 신용점수 900점 초과 차주를 대상으로 한 금리는 1년 사이 뚜렷하게 낮아졌다. 같은 기간 다른 신용 구간에서는 이와 같은 폭의 조정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카드론 금리 인하가 특정 차주층에 집중된 모습이 수치로 드러난다.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의 신용점수 900점 초과 차주 대상 카드론 평균 금리는 10.9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평균 12.41%와 비교해 1.43%포인트(p) 낮아진 수치다.
이는 같은 기간 카드론 전체 차주에 대한 평균 금리 하락폭(0.52%p) 보다 월등히 가파른 수준이다. 1년 새 신용 최상위인 900점 초과 구간에서만 금리 하락이 두르러지게 나타난 셈이다.
카드사 별로 보면 현대카드는 지난해 12월 13.13%에서 올해 12월 10.17%로 2.96%p 낮아졌으며 KB국민카드는 같은 기간 12.03%에서 9.89%로 2.14%p 하락했다. 롯데카드는 13.23%에서 11.12%로 2.11%p 내려갔다. 이들 카드사는 모두 1년 새 2%p 이상 금리를 조정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12월 10.69%에서 올해 12월 8.88%로 하락해, 조사 대상 카드사 가운데 가장 낮은 금리를 적용했다. 반면 삼성카드는 12.26%에서 11.28%로 0.98%p, 신한카드는 11.09%에서 10.27%로 0.82%p가 낮아졌다. 비씨카드는 11.66%에서 11.34%로 0.32%p, 하나카드는 12.15%에서 11.85%로 0.30%p 하락했다. 카드사별 하락 폭은 최소 0.30%p에서 최대 2.96%p까지 분포했다.
카드론 금리는 카드사가 정한 신용점수 구간에 따라 단계적으로 책정된다. 통상 신용점수는 수백 점 단위로 구간이 나뉘며, 각 구간별로 적용 금리가 다르게 고시된다. 카드론 금리는 카드사별 내부 기준에 따라 조정되며, 조정 시점과 폭 역시 카드사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이번 조정은 신용점수 900점 초과 구간에서만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신용점수 900점 이상 구간에서만 금리 조정이 이뤄진 데에는 카드론 금리 반영 과정이 영향을 미쳤다. 카드론 금리는 기준금리와 조달금리 변동을 반영해 조정되는데, 이 과정에서 연체율과 대손 부담이 낮은 구간부터 조건이 바뀌는 흐름이 나타난다.
카드론을 이용하는 신용점수 900점 초과 차주는 장기 연체 이력이 없으며 카드 이용액과 금융 거래 이력이 일정한 집단으로 분류된다. 은행권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이미 보유한 직장인, 매출 규모가 일정한 개인사업자 등이 해당 구간에 포함된다. 카드론은 이들 차주에게 비대면 신청과 즉시 실행이 가능한 대출 상품으로 제공된다.
따라서 카드사 입장에선 신용도 취상위 층의 금리를 조정해도 추가적인 관리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반면 중·저신용 구간은 금리 변화에 따라 승인과 연체 지표가 함께 움직이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금리 하락이 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연체율 등 리스크 관리를 위해 카드론 금리 조정이 신용 최상위 구간에서 먼저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카드사들은 올해 하반기 이후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 카드론이 가계대출로 분류돼 관리 대상에 포함되는 것과 달리, 개인사업자 대출은 사업자금 대출로 분류돼 별도의 관리 체계가 적용된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개인사업자 전용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이며 약 3년 만에 해당 시장에 재진출했다. 현대카드는 지난 2022년 4월 관련 상품 판매를 종료한 이후, 지난달 다시 개인사업자 전용 신용대출을 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신한카드·KB국민카드·우리카드·BC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들이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을 주도해 왔다. 아울러 삼성카드도 개인사업자 전용 대출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론 취급 규모가 제한된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기존 고객 가운데 개인사업자 등록 이력이 있는 차주를 대상으로 별도의 대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카드사 내부에서는 개인사업자 대출을 카드론과 다른 대출 포트폴리오로 분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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