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박동선 기자]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올 한 해 K-컬처의 지형도를 '라이프스타일'과 '경제적 파급력'이라는 키워드로 정의하며, 한국 콘텐츠가 세계 주류 문화로 안착했음을 선언했다.
23일 서울 성동구 앤더슨씨에서는 넷플릭스 2025년 송년 간담회 '넷플릭스 인사이트'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유현준 홍익대 교수, 김숙영 UCLA 연극·공연학과 교수, 이승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유통전략팀-해외사업 차장, 이상윤 KOTRA 한류PM,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강연과 토크콘서트 등의 코너를 중심으로 K-콘텐츠가 가져온 문화적·산업적 변화와 미래 비전을 조망하는 시간으로 펼쳐졌다.
◇ "가상공간은 현대의 실크로드"... K-콘텐츠, 美 MZ세대의 '루틴' 되다
이날 기조 강연을 맡은 유현준 홍익대 교수는 건축학적 시각에서 K-콘텐츠의 부상을 해석했다. 유 교수는 "과거 로마와 장안을 잇던 실크로드가 도자기와 문화를 날랐다면, 초고속 인터넷으로 구축된 현대의 가상공간은 K-콘텐츠가 흐르는 새로운 무역로"라고 정의했다. 그는 "현대인은 하루의 절반을 온라인 공간에서 보낸다"라며 "한국이 만든 콘텐츠가 가상공간을 점령하며 전 세계인에게 공통된 공간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은 김숙영 UCLA 교수의 발제로 구체화됐다. 김 교수는 K-컬처가 미국 시장에서 일시적 유행(Fad)을 넘어 구조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온 미국 MZ세대(13~44세)에게 K-콘텐츠는 낯설지만 편안한 위로이자, 합리적 소비의 대안"이라며 "유고브(YouGov) 조사 결과 미국 내 최다 스트리밍 한국 드라마 상위 20편이 모두 넷플릭스 작품일 정도로, 이들에게 K-콘텐츠 시청은 하나의 '일상 루틴(Routine)'이 됐다"라고 강조했다.
◇ '케데헌' 보고 박물관 오픈런... "콘텐츠가 실물경제 움직인다"
이어 진행된 토크 세션에서는 K-콘텐츠의 인기가 관광, 소비재 등 연관 산업의 매출로 직결되는 '낙수효과'가 집중 조명됐다. 이승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차장은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개 직후 발생한 '뮷즈(박물관 굿즈)' 신드롬을 소개했다. 이 차장은 "콘텐츠 공개 직후인 지난 7월, 뮷즈 매출이 전월 대비 2배 급증했고, 박물관 관람객은 사상 첫 500만 명을 돌파했다"라며 "단순한 유물 재현이 아닌, 콘텐츠의 서사와 위트를 입힌 '재맥락화' 전략이 글로벌 소비자의 지갑을 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상윤 KOTRA 한류PM 역시 "올해 뉴욕에서 최초로 개최한 한류 박람회에서 1100만 달러 규모의 현장 계약이 성사됐다"면서 "K-뷰티가 미국 수입 시장 1위를 차지하고, 라면 등 푸드 수출이 급증하는 등 콘텐츠가 닦은 길을 따라 실물 경제가 동반 성장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참석자들은 이러한 견해와 함께, 넷플릭스가 단순한 스트리밍 플랫폼을 넘어, 한국 창작 생태계와 글로벌 시장을 잇는 거대한 '파이프라인'으로서의 확고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긍정하며, 지속적인 한류 트렌드의 파트너로서 함께할 것을 염원했다.
한편 넷플릭스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약 4년간 3조 원(2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집행 중인 점과 최대 36개 언어 더빙 지원 등 현지화 노력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한국의 스토리텔링이 언어 장벽을 넘어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뉴스컬처 박동선 dspark@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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