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와인은 무슨 맛일까?
2017년 6월 마지막 주 / 나미비아 캠핑장 / 밤에 입 돌아갈 뻔
나미비아에서는 차에서 웅크리고 자거나, 노숙이나 다름없는 야영장에 묵었다.
사막의 겨울밤은 서리가 얼게 추웠다. 이삼일에 한 번씩 마트에 가면 우유와 시리얼, 식빵을 잔뜩 사서 낮에 종일 이동하면서 차에서 우적우적 까먹고 밤에는 가끔 고기를 구워 먹었다. 감자도 10킬로 자루로 산 것을 기어이 다 먹었다.
비싼 물가, 식사 때맞춰서 마을이 나오지 않는 하루, 우리 구질구질한 세간살이를 전부 트렁크에 싣고 다니며 별걸 만들어 먹을 수 없는 환경에서 먹을거리야 뻔했다. 아이스크림이 사치였을 정도. 그중에서 유일하게 우리가 오늘 밤 뭐 먹지 하고 고르고 암묵적인 합의로 내일 것까지 넉넉하게 두 병을 사던 것이 포도주.
남아공은 아프리카 최대 와인 생산지라서 남아공 나미비아는 마트에 와인 코너가 정말 크다. 셀 수 없이 많은 종류로 꽉 찬 와인 진열대에서 보통 10달러를 잘 넘지 않는 병들을 유심히 봤는데 여러 실패를 거쳐 알아낸 와인 감별 기준은 동물 그림이 그려져 있으면 맛있다는 것!
캠핑장 가는 날엔 모닥불을 피워놓고 닭고기에 다진 마늘과 외국 맛 시즈닝 가루 발라서 구워 먹고, 남은 감자 고구마 구워 먹고···.
해 떨어져 추운 사막에서 유일하게 즐거운 일이 바로 '오늘 와인은 무슨 맛일까?'
여성경제신문 윤마디 일러스트레이터 madimad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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