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85%를 차지하며, 환자 5명 중 4명은 유전자 변이를 동반한다. 이 가운데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는 아시아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보유하고 있다.
표적치료제(EGFR-TKI) 도입 이후 생존율이 크게 개선됐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수개월에서 몇 년 사이에 표적치료제 내성을 겪는다. EGFR 변이 폐암은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기 어렵고, 종양 주변 환경도 면역 세포 반응이 억제된 상태다. 표적치료제 내성이 생긴 후에는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더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 일부 환자는 면역항암제에 매우 좋은 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보고됐다. 이에 어떤 환자가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선별하는 바이오마커 개발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세훈 교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방영학, 삼성융합의과학원 박근호, 루닛 오진우 연구팀은 2015년부터 2022년 사이 표적치료제 내성이 생긴 후 면역항암 치료를 받은 환자 143명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면역항암학회 공식 학술지 ‘(Journal for ImmunoTherapy of Cancer)’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인공지능 기술인 병리 분석 플랫폼 ‘루닛 스코프 아이오(Lunit SCOPE IO)’를 활용했다. 종양 조직을 암세포 영역과 세포 주변 기질 영역으로 구분하고, 각 영역에서 종양침윤림프구와 혈관내피세포의 밀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표적치료제 내성이 생긴 후에도 암세포 영역 내 종양침윤림프구 밀도가 높은 환자는 면역항암제 반응률이 4.3배 높았고, 암 진행 없이 지낸 기간(무진행생존기간)이 2.7배 길었다.
이러한 경향은 면역항암치료에 화학요법치료를 병합한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도 관찰됐다. 혈관내피세포 밀도가 높은 환자 역시 반응률이 5.2배 높았고, 무진행생존기간은 1.4배 길었다. 표적치료제 내성이 생기면 암세포 내 종양침윤림프구는 감소하고, 혈관내피세포는 증가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면역세포나 혈관내피세포 밀도가 높게 유지된 환자는 면역항암제 치료에 더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암세포 영역 내 면역세포 또는 혈관내피세포 밀도가 표적치료제 내성이 생긴 환자의 면역항암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세훈 교수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표적치료제 내성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면역항암제의 문을 정확하게 여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환자들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시하는 데 이번 연구가 실질적인 근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보건복지부 △삼성서울병원 △한·미 공동연구지원사업(KUCRF)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형 ARPA-H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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