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부과된 ‘공급 좌석수 축소 금지’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가 약 65억 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좌석 공급 축소를 통한 사실상의 운임 인상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부과한 핵심 조건이 위반됐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 승인 조건 중 하나인 ‘2019년 대비 공급 좌석수 90% 미만 축소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대한항공에 58억 8천만 원, 아시아나항공에 5억 8천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각각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과 관련해 부과된 시정조치 가운데 행태적 조치 위반에 따른 첫 강제금 부과 사례다.
“좌석 줄여 운임 인상 효과 우회” 차단 목적
‘공급 좌석수 축소 금지’ 조치는 단순한 운임 인상 제한만으로는 항공사가 좌석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격 인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도입됐다. 즉, 좌석 수 자체를 관리하지 않으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기업결합일부터 구조적 조치 완료 시점까지, 연도별·노선별 공급 좌석 수를 2019년 동기간 대비 90% 이상 유지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서 ‘좌석 축소’ 확인
그러나 공정위 조사 결과, 두 항공사는 2024년 12월 12일부터 2025년 3월 28일까지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에서 공급한 좌석 수가 2019년 동기간 대비 69.5%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결합 조건으로 정해진 최소 유지 기준(90%)보다 20.5%포인트 낮은 수치다.
공정위는 해당 노선이 이미 구조적 조치(슬롯·운수권 이관)가 완료된 이후에도, 행태적 조치인 공급 좌석수 유지 의무가 여전히 적용되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위반 행위가 “기업결합 승인 조건의 취지를 훼손하고, 항공 소비자의 선택권과 가격 부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 “시정조치 준수 여부 면밀 점검”
공정위는 이번 제재를 통해 사업자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공급 좌석 관리가 보다 철저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시정조치 준수 기간인 2024년 말부터 2034년 말까지, 공급 좌석 유지, 운임 인상 제한, 서비스 품질 유지 등 행태적 조치 전반에 대해 지속적인 점검을 이어갈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항공 시장에서 경쟁 제한 우려를 최소화하고,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시정조치 이행 여부를 엄정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마일리지 통합안도 재검토… “소비자 기대에 못 미쳐”
이와 함께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 방안에 대해서도 보완을 요구하며 재검토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22일 대한항공에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보완해 한 달 이내에 다시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통합 과정에서 소비자 권익 보호 방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특히 공정위는 ▲마일리지를 활용한 보너스 좌석 공급 규모, ▲좌석 승급 서비스의 공급 관리 기준, ▲통합 이후 마일리지 사용 기회 축소 가능성 등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