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한때 건강의 적으로 여겨졌던 고지방 치즈가, 뇌 노화를 늦추는 의외의 ‘아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루 50그램 이상 고지방 치즈를 꾸준히 섭취하면 치매 발병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고지방 치즈는 지방 함량 20% 이상의 치즈로, 브리, 고다, 체다, 파르메산, 모차렐라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스웨덴 성인 약 2만 7670명을 25년간 추적 조사하며 치즈 섭취와 치매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 하루 50g 이상 섭취하면 치매 위험 13% 낮아
스웨덴 룬드대학교(Lund University) 에밀리 소네스테트 박사팀은 스웨덴 말뫼 지역에서 진행된 장기 식단 추적 연구인 '말뫼 식단 및 암 코호트(Malmö Diet and Cancer cohort)' 데이터를 정밀 분석했다.
연구 결과, 하루 50g 이상 고지방 치즈를 먹은 그룹은 하루 15g 미만 그룹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약 13% 낮았다. 절대 발병률은 각각 10~13% 수준이었다. 이 수치는 연령, 성별, 교육 수준, 전반적인 식습관 등 기타 요인을 보정한 결과다.
소네스테트 박사는 "그간 지방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번 연구는 일부 고지방 유제품이 뇌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기존 영양학적 통념에 도전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지방 치즈·우유·요거트는 효과 미미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예방 효과가 오직 고지방 치즈에서만 관찰됐다는 것이다. 저지방 치즈와 우유, 요거트 등 기타 유제품에서는 치매 위험 감소와 뚜렷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버터는 일부 과다 섭취군에서 오히려 알츠하이머 위험을 소폭 높이는 결과가 보고돼, 단순 지방 섭취와 고지방 치즈 섭취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치즈 섭취와 치매 위험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기전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뇌 건강을 위해서는 채소, 과일, 견과류, 생선 등이 포함된 균형 잡힌 식단과 건강한 생활습관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 치매 연구소 타라 스파이어스-존스 박사 등 외부 전문가들은 "식단 데이터가 25년 전 특정 시점에 수집돼 이후의 변화가 완벽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며 "치즈 하나에만 의존하기보다 전체적인 건강 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신중한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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