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2일 야당의 '통일교 특검'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특검 방식에 합의한 지 하루만이자, 지난 14일 공식 제안이 나온 이후 일주일만이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던 민주당이 갑작스레 태도 전환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당 지지율의 동반 하락에 따른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교 특검 주장에 대해 "못 받을 것도 없다"며 "국민의힘 연루자를 모두 포함해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 또한 "여야 정치인 누구도 예외 없이 모두 포함해서 특검할 것을 제안한다"며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조속한 회동을 제안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양당 원내지도부는 곧바로 실무 협의에 착수했다.
불과 전날까지도 "현 단계에서 특검을 수용할 상황은 아니다"던 민주당이 수용 의사를 밝힌 데에는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상당 부분 하락한 것과 연관이 있다.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15~19일 진행된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53.4%로 2주 연속 하락했다. 민주당 지지율 역시 44.1%로 1.7%p 감소했다. 특히 지난 16~18일 진행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의 67%가 '특검 도입'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확인되기도 했다.
결국 '민심 관리' 차원에서 큰 틀의 특검 수용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특검은 민심을 수용한다는 측면이 강하다"며 "(통일교 특검에 대해) 대통령실과 지속적으로 공유, 조율해 왔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대장동 시즌2'가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민주당이 지금 권력을 쥐고 있어서 '특검을 하겠다'고 말하면서 사실상 또다시 야당을 탄압하는 특검만 한다고 하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도 환영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특검 논의가 진전되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이라며 "이번 기회에 여야는 물론 지위고하를 막론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특검 수사 대상과 추천 방식 등 세부 각론에서는 험로가 예상된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대법원 등 제3자가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야당과의 협의 과정에서 결정될 문제"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통일교 특검 수용은 큰 틀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수사 대상, 수사 방식 등 중요한 쟁점은 경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후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민주당은 '3대(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 종료 이후 남은 의혹을 추가로 다룰 '2차 종합 특검'은 통일교 특검과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이성윤 의원 등을 중심으로 이날 별도 발의까지 마쳤다.
한편 기사에 언급된 두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된다. 리얼미터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정당 지지도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한국갤럽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0.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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