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기업 입셀이 골관절염 치료 분야에서 오랜 과제로 남아 있던 ‘연골 재생’의 작동 원리를 전임상 단계에서 규명했다. 통증 완화와 염증 억제에 머물러 온 기존 치료 접근에서 벗어나, 손상된 연골 구조를 실제로 복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입셀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에서 유래한 3차원 연골스페로이드 치료제 ‘MIUChon’을 통해 손상된 연골 부위에서 재생 효과가 나타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Science Advances’ 2025년 12월호에 실렸다.
골관절염은 연골이 점진적으로 마모되며 통증과 관절 기능 저하를 동반하는 대표적 퇴행성 질환이다. 문제는 연골 조직이 혈관이 거의 없는 구조여서 자연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현재 임상에서 활용되는 치료법 대부분은 통증 조절이나 염증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연골 자체를 재건하는 치료는 여전히 미충족 영역으로 남아 있다.
입셀이 개발 중인 MIUChon은 관절강 내 주사 주입이 가능한 형태의 iPSC 유래 3차원 연골 조직체다. 단일 세포를 주입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조직 구조를 유지한 미세 연골체를 손상 부위에 전달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주입된 연골스페로이드는 결손 부위에 물리적으로 부착해 연골기질 형성을 유도한다.
전임상 연구는 쥐와 토끼 등 소동물 모델에서 시작해, 비글견과 미니피그 등 사람 관절 구조와 유사한 대동물 모델로 확장됐다. 연구진은 연골 두께와 체적 증가, 결손 부위 회복, 보행 기능 개선이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영상 분석과 조직 검사에서는 주입된 인간 유래 연골세포가 손상 부위에 생착해 실제 연골기질을 형성하는 양상이 관찰됐다.
기전 분석 결과 MIUChon은 두 가지 경로를 동시에 작동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는 연골 결손 부위에 직접 정착해 새로운 연골 조직을 만드는 직접 재생 경로다. 다른 하나는 성장인자와 항염증 신호를 분비해 관절 내 염증 반응을 낮추고 재생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간접 작용 경로다. 연구진은 이 같은 이중 작용 구조가 기존 주사형 세포치료와 구분되는 핵심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성 검증도 병행됐다. MIUChon은 임상 등급 제조 공정을 기반으로 생산됐으며, 잔존 만능성 세포 여부, 유전적 안정성, 종양 형성 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거쳤다. 면역결핍 동물 모델에서 기형종 형성은 관찰되지 않았고, 유전체 분석에서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이상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임상 성과와 실제 임상 효과 사이의 간극을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골관절염은 환자별 진행 속도와 병태가 크게 다른 질환인 만큼, 연골 재생 효과가 임상 현장에서 어느 수준까지 재현될 수 있을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입셀 CTO 남유준 박사는 “이번 연구는 iPSC 기반 연골세포 치료가 통증 조절 중심의 접근을 넘어, 손상된 연골 구조 자체를 복원하는 전략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기전 차원에서 보여준 결과”라며 “전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임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단계적으로 검증해 실제 치료 옵션으로 연결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가톨릭중앙의료원과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로 수행됐다. 논문 공동 제1저자는 입셀 소속 남유준 박사와 박나래 박사이며, 교신저자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임예리 교수와 주지현 교수가 맡았다.
입셀은 현재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안전성 평가를 마쳤으며, 30명 규모의 유효성 평가 임상을 진행 중이다. 연골 재생을 목표로 한 iPSC 기반 치료제가 임상 단계에서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업계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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