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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여야가 연말을 앞두고 통일교 특검으로 다시 한번 대결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과 관련, 여야 정치권 모두에 대한 수사와 함께 제3자가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방식에 대해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또한 통일교 특검에 전향적인 자세로 바뀌었습니다. 민주당은 그동안 ‘물타기’라며 거부해오다 22일 수용으로 전격 선회했습니다. 이로써 여야의 연말 정국은 ‘통일교 특검’이라는 또 다른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21일 오찬 회동을 통해 ‘제3자(대법원·법원행정처) 추천’ 방식의 특검안에 합의했습니다. 민주당은 통일교 특검에 대해 지난 12일과 15일, ‘물타기’,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 ‘언감생심 꿈에도 꾸지 말라’며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한 바 있는데 당 지도부가 ‘못 받을 것도 없다’며 입장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사실 통일교 특검 문제는 여야 모두에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입니다. 야당으로서는 ‘외부’에 정치자금 의혹 수사의 칼날을 맡긴다는 점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결정입니다. 특히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이미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고 향후 중량급 의원들의 연루 가능성이 더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은 배수의 진을 친 모습입니다.
국민의힘은 “야당도 정치적 타격을 받겠지만 민주당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현재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더 이상 잃을 게 없고, 당 자체도 누더기가 돼 버렸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미 버린 몸이니 상대도 같이 오물을 뒤집어 쓰게 하자”는 무대포 전략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이판사판 전략은 향후 통일교 특검 수사 과정에서 야당을 ‘구제불능 정당’으로 완전히 낙인찍을 수도 있는 무모하고 위험한 시도이지만 지금 국민의힘으로서는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에다 개혁신당까지 거들고 나서면서 보수대연합으로 내년 지방선거까지 가 보자는 정치적 셈법도 읽힙니다.
문제는 민주당입니다. 야당으로서는 면밀한 정세 분석보다 일단 통일교 특검을 통해서라도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여당으로서는 그 정치적 오물을 야당과 같이 뒤집어쓸 필요성이 별로 없습니다. 다수 의석인 민주당이 거부하면 통일교 특검은 이뤄지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오늘 민주당 지도부는 “여야 정치인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수사 대상에 포함하겠다”며 통일교 특검 추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왜 갑자기 특검 수용으로 입장을 바꿨을까요.
먼저 명분론입니다.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활용해 내란 등 3대 특검을 동시에 출범시켰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불법 비상계엄과 내란 외환 시도, 그리고 김건희 여사 비리 의혹에 대해 자신들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칼날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통일교 특검은 입장이 다릅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으로 경찰 조사까지 받은 상황이고 그 외 다른 민주당 인사들도 연루 의혹이 있습니다. 통일교 특검으로 금품수수 의혹이 여당 전체로 번질 경우 이재명 대통령의 개혁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들 비리는 특검 반대로 덮고 야당 비리만 특검으로 조진다’는 주장에 대해 그것을 방어할 정치적 명분이 마땅치 않습니다. 여권 지지층의 통일교 특검 찬성이 높은 이유도 이 문제를 여권의 개혁이나 내란죄 처벌과 연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종교의 정치 개입과 정치인의 불법 금품수수 단일 사안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으로서는 ‘정치 개혁’과 정교 분리 차원에서라도 통일교 특검을 무조건 반대할 수만은 없는 이유입니다.
두 번째로는 통일교 특검을 하더라도 국민의힘에 비해서는 대상자가 적을 수 있고 그 정치적 피해도 덜할 수 있다는 현실적 계산입니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통일교 연루 인사를 사전 검증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정기관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여권이 자체 정보수집을 통해 ‘맞붙어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검을 하더라도 국민의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덕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엿보입니다. 오히려 국민의힘 내부에서 선뜻 특검 합의를 해놓고 ‘뭔가 잘못돼 가고 있다’며 뒤늦게 후회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최근 전재수 전 국토부 장관의 경우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진 이후 실시된 두 차례 여론조사에서 전 전 장관이 박형준 시장과의 가상대결에서 접전 또는 우위를 보인 것도 민주당의 특검 수용의 한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통일교 특검이 여당에 일정 정도 타격을 줄 수는 있지만 그 논란의 시초는 국민의힘이 제공했고, 통일교와의 유착이나 대선 과정에서의 정치자금 문제 등도 모두 민주당은 곁가지일 뿐 그 본류는 국민의힘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검을 하더라도 크게 손해 볼 게 없다는 계산입니다. 특히 특검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이재명 대통령이나 당 지도부 핵심까지 그 불길이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정무적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이 특검을 수용하려는 결정적 이유는 내년 지방선거 정국 주도권입니다. 민주당으로서는 정국을 민생보다 여야 대립 구조로 계속 끌고 가는 게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민생 이슈가 계속 부각되면 야당보다 여당이 더 불리합니다. 현재 환율이 계속 불안정해 국가 경제위기론까지 경제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부동산 문제도 여당이 거의 손 놓았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로 뾰족한 대책이 없습니다.
지금 정국은 이재명 대통령 1인이 여권 전체를 하드캐리하는 형국입니다.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어쨌든 이재명 정부의 투명성과 유능함을 이 대통령 ‘액션’과 연출을 통해 계속 어필해야만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래서 지방선거의 전선을 민생 이슈보다 ‘개혁 대 반개혁’, ‘진실 대 은폐’의 대치 전선으로 끌고 가려는 것입니다. 여기에 비상계엄, 내란죄에 통일교까지 끌어들여 야당을 계속 압박한다면 지지층 결집에도 유리하고 정국 주도권도 계속 쥐고 갈 수 있습니다.
민주당으로서는 통일교 특검을 통해 정국을 ‘갈등 증폭’으로 몰고 가는 것이 자신들에게 더 유리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런 전략은 비상계엄, 탄핵 정국 이후 민주당에 유리하게 기울어 있는 민심의 추가 통일교에도 여전히 작동할 것이라는 자신감에 기인합니다.
결국 야당의 ‘성역 없는 특검’ 제안과 여당의 ‘못 받을 것도 없다’는 기류가 맞물리면서 통일교 특검은 단순한 진실 규명을 넘어 내년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를 최대 승부처가 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비상계엄, 내란죄로 시달리다가 이제 통일교라는 혹까지 더 붙이게 생겼습니다.
이렇게 ‘같이 죽자’며 덤비는 야당을 향해 여당도 ‘좋다’며 싸움을 받아줬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특검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제 통일교라는 ‘비민생’ 의제 하나가 더 끼어들면서 향후 정국은 더 치열한 ‘정쟁터’로 변할 조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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