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퍼 해피 포에버' 이가라시 고헤이 감독, 배우 야마모토 나이루 화보와 인터뷰 | 마리끌레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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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슈퍼 해피 포에버' 이가라시 고헤이 감독, 배우 야마모토 나이루 화보와 인터뷰 | 마리끌레르 코리아

마리끌레르 2025-12-22 13:25:08 신고

3줄요약

어떤 기억은 영원히 우리 곁에 머물며 사라진 온기를 대신한다.
상실 너머에 존재하는 작은 희망에 대해, 가능할지도 모르는 영원한 행복에 대해. 영화 <슈퍼 해피 포에버>.

야마모토 나이루 화이트 드레스 Toteme, 이어링 JYDdM, 재킷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가라시 고헤이 그레이 재킷 Jacquemus, 체크 패턴 셔츠 Ferragamo, 아이웨어 Nishide Kazuo.

지나간 시간을 붙잡아 현재로 소환해 사라져버린 이와 남겨진 이의 시간을 나란히 펼쳐 보이는 영화 <슈퍼 해피 포에버>. 사랑하는 아내 ‘나기’를 떠나보낸 뒤 다시 찾은 추억의 장소에서, ‘사노’는 과거의 흔적을 더듬으며 정처 없이 배회한다. 중반에 이르러 영화의 시점은 현재에서 과거로 전환되고, 5년 전의 눈부셨던 기억들이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 듯 되살아나 스크린을 수놓는다. <연인처럼 숨을 멈춰> <타카라, 내가 수영을 한 밤>으로 로카르노 국제영화제를 비롯한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은 일본의 신예 감독 이가라시 고헤이의 신작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굿뉴스>에서 일본 적군파 조직원 ‘아스카’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야마모토 나이루가 아내 나기 역을 맡아 영화에 눈 부신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2025년 12월 24일 국내에 정식 개봉한다.

‘그 파도 소리를 당신과 내가 같은 순간에 함께 들었지’,
이렇게 추억할 수 있다는 게 제게는 작은 희망처럼 느껴졌어요.

야마모토 나이루 배우

화이트 드레스 Toteme, 이어링 JYDdM, 재킷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레이 재킷 Jacquemus, 체크 패턴 셔츠 Ferragamo, 아이웨어 Nishide Kazuo.

<슈퍼 해피 포에버> 개봉을 앞두고 한국 관객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두 분 모두 한국과 개인적인 인연을 간직하고 있는 만큼, 영화를 선보이는 소회가 남다를 듯합니다.

이가라시 고헤이 감독(이하 이가라시) 한국에서 제 데뷔작 <밤비 내리는 목소리>를 선보인 것이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네요. 한국은 제 영화를 처음으로 발견해준 곳입니다. 그래서 마치 고향에 온 듯한 기분이 들어요. 한마디로 정말 기쁩니다.

야마모토 나이루 배우(이하 야마모토)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굿뉴스>가 공개되면서 SNS를 통해 다양한 반응을 접했어요. 익숙하지 않은 일본 배우에게 이토록 따뜻한 감상을 전해주시는 걸 보면서 새삼 영화에 대한 한국 관객의 애정을 실감했어요. 그런 여러분에게 이 영화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레고 두근거립니다.(웃음)

영화의 시작점에 감독님의 개인적 경험이 녹아 있다 들었습니다. 시나리오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이가라시 영화에서 각각 ‘사노’와 ‘미야타’ 역을 맡은 배우 사노 히로키와 미야타 요시노리 씨가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메일을 보내온 것이 시작이었어요. 당시에는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없어 함께 고민하던 중에 4년 전 잠든 채 세상을 떠난 제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잃어버린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고자 했어요.

상실과 죽음을 다루는 이야기임에도 영화 전반에 밝고 강력한 생명력이 흐릅니다. 이런 인상을 주는 데는 나기라는 인물이 지닌 힘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듯한데요. 나기 역할로 야마모토 나이루 배우를 떠올린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이가라시 미야타 배우의 소개로 야마모토 배우를 처음 만나게 됐는데, 실제로 마주한 순간 ‘이 사람이 바로 나기다’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야마모토 배우가 지닌 경쾌함과 활기, 그리고 섬세함이 나기라는 인물을 만들어가는 데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야마모토 영화를 보신 많은 분이 나기에게서 생명력이 느껴진다고 말씀하시는데, 인물에 대한 제 첫인상도 비슷했어요. 촬영 전에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건 단 한 번뿐이었고, 감독님의 제안으로 나기가 등장하는 부분만 숙지하고 촬영에 임했어요. 그저 나기로서 영화 속 시간을 살아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눈앞의 장면들을 똑바로 보고, 즐기고, 슬퍼하며 모든 순간을 만끽하려 했어요.

배우가 이야기 전체를 파악하기보다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에 집중하도록 제안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가라시 나기가 등장하지 않는 시퀀스는 모두 나기의 죽음 이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것이 야마모토 배우에게는 불필요한 정보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사후 세계를 알 수 없잖아요. 인물이 살아 있는 ‘지금’에만 온전히 집중하면서 감각을 최대한 확장하길 바랐어요. 어쩌면 일부러 만들어내지 않은 연기, 프레임 밖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나가버리는 순간을 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야마모토 배우는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작은 사건 하나하나에 있는 그대로 반응해주었어요.

야마모토 배우는 대본을 읽고 영화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야마모토 대사뿐만 아니라 공기, 색채처럼 배경이 되는 요소에도 많은 게 담긴 영화라고 느꼈어요. 영화가 가진 여백의 힘이 매우 놀라웠고요. 언뜻 보기엔 단순하고 평범한 대사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영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해석이 각 장면에 더해지면서 대사들이 점차 깊은 의미를 갖춰가는 과정이 신비롭게 다가왔어요.

영화는 인물들의 일상적인 대화와 움직임을 따라가며 서서히 서사의 밀도를 쌓아 올립니다. 이처럼 고요하고 정제된 영화의 분위기는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접근한 부분인가요?

이가라시 겉보기에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인물이나 움직임이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드라마와 특별함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만들면서 그 ‘평범함’을 의식하려 했습니다. 평범한 것이 어떻게 특별한 것으로 변하는지를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야마모토 평소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에서 살짝 벗어난 지점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움트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삶도 그런 우연으로 가득 차 있고요. 이 영화의 아름다움은 거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사노의 상실을 먼저 보여준 뒤 나기와 행복했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현재에서 과거로 시점이 전환될 때, 관객은 나기가 다시 살아 움직이는 듯한 감각을 경험하게 되죠. 이러한 시점 선택을 통해 어떤 감각을 전하고자 했나요?

이가라시 시간이란 과거, 현재, 미래로 명확히 구분할 수 없고, 직선적으로 흐르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그렇게 구분하고 있을 뿐이죠. 사라졌다고 여긴 것들도 어떤 형태로든 계속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 때 한 장면 안에서 여러 시간과 공간이 동시에 느껴졌으면 했어요. 영화의 시간 순서를 거꾸로 배치하고, 현재와 과거를 매끄럽게 이어 붙인 것도 시간의 흐름을 가능한 한 평평하게 느끼도록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야마모토 배우가 연기한 나기의 생기 넘치는 모습이 이 감각을 표현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나기를 보며 관객이 화면에 담기지 않은 시간까지도 상상할 수 있기를 바랐어요.

영원한 행복은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 모두 그것을 바라지 않을 수 없죠. 그리고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그것이 정말로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가라시 고헤이 감독

야마모토 배우는 영화가 지닌 시간성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연기에 녹여냈나요?

야마모토 나기를 그저 당연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처럼 그리는 게 핵심이라고 느꼈어요. 우리는 모두 죽음을 예측할 수 없지만, 모르는 채 매일을 살아가는 그 평범함이 더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랑한 사람이 더는 곁에 없더라도 함께했던 순간의 공기와 냄새, 빛과 소리 같은 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잖아요. ‘그 파도 소리를 당신과 내가 같은 순간에 함께 들었지’, 이렇게 추억할 수 있다는 게 제게는 작은 희망처럼 느껴졌어요. 촬영장에서 맡은 바다 냄새, 한밤중에 먹은 컵라면의 맛처럼 나기로서 제가 소중하게 느낀 감각들을 떠올릴수록 나기로서 살아간 시간이 더 선명하게 되살아났고요.

현장에서 카메라가 꺼진 순간에는 두 분이 어떤 대화를 주고받으며 장면을 완성해갔는지도 궁금합니다.

이가라시 평소 배우들에게 장면에 관해 설명을 많이 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질문을 던지죠. 이 장면을 어떻게 느꼈는지, 왜 그런 움직임을 시도했는지 물어요. 대답을 듣고 흥미로운 부분은 그 모습 그대로 작품 안에서 숨 쉴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조정합니다. 이렇게 배우들 각자가 품은 고유한 감각과 감정을 발견해가는 과정이 제게는 아주 즐겁습니다. 제가 의도한 방향으로 배우들을 이끌기보다, 각자가 서로 다른 상태로 흩어져 있는 채로 하나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해요.

야마모토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현장에서는 감독님의 세세한 연출이나 지시가 거의 없었어요. 카메라의 위치나 방향에 대해서만 간단히 설명해주셨고, 리허설을 할 때도 배우의 동선에 맞춰 카메라를 어떻게 움직일지 고민하실 때가 많았죠. 주로 감독님 혼자 “흐음…” 하면서 머리를 감싸 쥐고 계셨어요.(웃음)

이가라시 그건 제 버릇 같은 거예요.(웃음) 제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아주 좋은 숏이 찍힌 순간이었을 거예요. 방금 이 장면은 분명 굉장한데, 이게 영화 전체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작용할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영화에는 작고 사소한 우연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순간과, 그런 우연이 인물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 과정이 담겨 있죠. 촬영 과정에서 그런 우연의 순간을 마주하기
도 했나요?

이가라시 작품의 배경이 된 이즈 반도의 바다가 굉장히 잔잔할 거라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파도가 매우 높았어요. 조금 위험하다고 느껴질 만큼 거셌죠. 그 모습을 보며 지금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인생도 누구에게나 결코 평온하기만 하지 않고, 힘들고 가혹한 순간이 때때로 찾아온다는 걸 바다가 가르쳐주는 것 같았어요. 영화를 만드는 일도, 살아간다는 것 자체도, 모두 우연의 산물이라고 그 순간 생각했습니다.

영화는 상실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상실 이후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게 합니다. 작품을 만들며 영화라는 매체가 죽음과 상실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나요?

이가라시 저는 영화가 언제나 죽음을 다루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프레임 안에 비치는 장면은 모두 카메라 앞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죠. 정지된 이미지를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 어쩌면 그 자체가 죽음을 다루는 방식이라고 느낍니다. 이 영화 안에서는 죽음이 단지 비극으로만 귀결되지 않기를 바랐어요. 즐거웠던 일은 언제 떠올려도, 기억 속에서 잊혀진다 해도, 즐거웠던 그대로 남겨두어도 충분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볼 때마다 마음을 움직이는 장면이 달라지는 작품입니다. 두 분이 각각 각별히 애정하는 장면을 꼽는다면요?

야마모토 역시 사노와 나기가 처음 만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주 평범한 재회의 순간처럼 보이지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겹쳐져 있다고 느꼈어요. 비록 지금은 곁에 없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소망이 깃든 장면이라 쉽게 잊히지 않더라고요.

이가라시 나기가 호텔로 돌아와 ‘안’과 대화를 나누며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장면이 마음에 남아 있어요. “일본에서 하고 싶은 거 있어? 꿈 같은 거?”라고 묻자, “없어요, 일하고 돈 벌어요. 그게 다예요”라고 말하며 웃는 얼굴에 늘 마음이 움직입니다.

‘슈퍼 해피 포에버’라는 제목은 언뜻 아이러니하게 들리면서도, 잔잔하고도 희미한 희망이 느껴집니다. 이 제목이 두 분에게는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요?

야마모토 사노와 나기가 편의점 앞에서 컵라면을 먹으면서 “컵라면으로 이런 기분이면 영원히 행복할 수 있겠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찍을 땐 몰랐는데, 나중에 그 장면을 보고 ‘어머, 나 컵라면 먹으면서 엄청난 말을 하고 있잖아!’ 하고 깜짝 놀랐어요.(웃음) 그런 나기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아주 평범해 보이는 행복까지 포함해, 제가 만난 행복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진심으로 믿어요. 그래서 저는, ‘슈퍼 해피’는 정말 ‘포에버’라 생각합니다.(웃음)

이가라시 기도에 가까운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영원한 행복은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 모두 그것을 바라지 않을 수 없죠. 그리고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그것이 정말로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블랙 드레스 Gia Studios by 10 Corso Como Seoul.
블랙 재킷 John Varvatos, 티셔츠 Maison Margiela, 아이웨어 J.T.O. ORIGINALS,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 드레스 Toteme, 이어링 JYDdM, 재킷과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드레스 Gia Studios by 10 Corso Como Seoul,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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